칼국수 그릇 속에서 늘 마주하던 '바지락'을 이제 예전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실제 동네 식당가에서는 ‘바지락’ 대신 ‘홍합’이나 ‘새우’를 넣은 메뉴를 마주하는 일이 흔해졌다.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데 으뜸인 국산 바지락값이 2년 새 40% 넘게 급등하면서, 상인들이 고육지책으로 재료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단골 메뉴인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이 1만 원에 육박하게 된 배경에는 바다 온도 변화로 인한 국산 수산물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바지락 가격 2년 새 40% 급등
국산 바지락의 산지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수협의 바지락 경매 가격을 보면 2023년 1kg당 3000원대였던 가격이 올해 4240원까지 치솟으며 2년 사이 40% 가까이 올랐다. 산지 가격이 오르자 대형 할인점 등에서 파는 소매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50%가량 뛰며 유통 단계마다 가격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바지락을 주재료로 쓰는 음식점들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포털인 ‘참가격’을 살펴보면, 지난 11월 서울 지역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9846원으로 지난해보다 5% 가까이 올랐다. 이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외식 메뉴 중 김밥 다음으로 높은 상승 폭이다.
재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식당은 간판 메뉴에서 ‘바지락’이라는 이름을 아예 빼고 있다. 대신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홍합이나 다른 해산물을 사용하는 방식을 택해 운영난을 이겨내려 애쓰는 중이다. 서민들에게 친숙한 ‘바지락 칼국수’가 이제는 마음 편히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산 선호도는 높은데 공급은 반 토막, 중국산 수입도 한계
국산 바지락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점이 가격 폭등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23년 4만 톤이 넘었던 국산 생산량은 지난해와 올해 들어 2만 톤대로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중국산보다 살이 통통하고 신선한 국산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우리 바다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가격이 치솟는 셈이다.
국내 바지락 공급은 자연에서 직접 캐는 양과 양식장, 그리고 중국 수입 물량으로 채워진다. 부족한 물량을 메우기 위해 중국산 수입이 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체 공급량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국산 고유의 깊은 맛과 품질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국산이 중국산에 비해 질이 좋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중국산 수입을 무작정 늘리기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 국내 수요를 모두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국산 바지락을 구하지 못한 식당 주인들과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소비자들 모두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뜨거워진 갯벌에 바지락 떼죽음, 해법은 종자 개발
바지락이 사라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다와 갯벌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데 있다. 바지락은 본래 기온 변화에 잘 견디는 편이지만, 여름철 알을 낳은 뒤에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시기에 바닷물 온도가 30도까지 오르고 갯벌 온도가 40도 가까이 달궈지면 바지락이 견디지 못하고 무더기로 죽어 나가는 ‘폐사’ 현상이 일어난다.
지금의 바지락 양식 구조도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다. 현재는 국내산이나 중국산 치패(어린 바지락 씨앗)를 가져와 양식장에 뿌리고 1~2년간 키워 수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자연산 바지락이 죽어버리면 씨앗 값과 양식 비용까지 함께 오르는 구조를 띤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중국산 씨앗을 가져다 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따라 우리 바다 환경에 잘 견디는 국산 종자를 직접 키워 보급하는 방식으로 양식 체계를 전반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땅에서 난 우수한 씨앗을 주춧돌 삼아 양식장을 채우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머지않아 다시 식탁 위에서 시원한 국산 바지락 칼국수를 저렴하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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