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 특검이 4일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를 다시 불러 조사한다.
한때 유통 혁신의 상징이었던 쿠팡은 이제 대한민국 최초로 검찰 내부 수사 무마 의혹을 겨냥한 상설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안권섭 특별검사를 필두로 한 수사팀의 출범은 단순히 한 기업의 비위를 밝히는 차원을 넘어 거대 자본이 국가의 사법 질서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대 경제사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쿠팡을 향한 정의의 저울 위에서도 흔들리는 검찰
이번 쿠팡 특검 사태의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검찰 내부에서 터져 나온 양심선언 때문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의혹이었다. 쿠팡은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개정하며 4주 평균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주가 한 번이라도 있으면 계속 근로 기간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퇴직금 리셋 규정'을 도입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명백한 퇴직금법 위반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당시 검찰 지휘부는 담당 검사의 기소 의견을 꺾고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문지석 부장검사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눈물을 참으며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문지석 검사는 검찰 윗선으로부터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전달됐다며, 핵심적인 압수수색 결과가 누락된 상태로 대검찰청에 보고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 지청장이었던 엄희준 검사가 자신에게 약 9분 동안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사건 재배당과 감찰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 설전 중 문지적 검사는 "위원장님 제가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신다면 저를 위증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실질 심사를 포기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지청장이었던 엄희준 검사 측은 문지석 검사가 감찰 혐의를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로 무고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당시 지청장 엄희준 검사는 문지적 부장과도 논의했고 보고 누락은 없었다며 상설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안권섭 특검팀은 최근 엄희준 검사와 김동희 검사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이들을 직권남용 피의자로 명시했다. 특히 김동희 검사는 쿠팡 측 대리인인 권선영 변호사와 친분을 바탕으로 압수수색 정보를 유출했다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는 사법 정의를 수호해야 할 검찰이 특정 거대 플랫폼의 이해관계를 위해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고리다.
알고리즘이 설계한 독점의 성벽과 무너진 시장 질서
쿠팡의 경영 윤리 부재는 노동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심판관이어야 할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우대한 행위는 시장 경쟁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서울동부지검은 쿠팡이 2019년 초부터 영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PB 상품 5만 1,300개의 검색 순위를 16만 회 이상 임의로 지정한 혐의로 법인을 기소했다. 쿠팡은 판매 실적이 전혀 없는 신제품을 검색 1위에 고정 배치하거나 알고리즘 점수를 최대 1.5배까지 가중 부여했다.
이러한 조작의 효과는 막강했다. 상위에 고정 노출된 PB 상품은 노출 수 43%, 매출액 76%가 증가하는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소비자들은 쿠팡 랭킹순이 객관적인 데이터의 결과라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쿠팡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정교하게 기획된 유인 행위'였던 셈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 변호인단은 대형마트가 PB 상품을 골든 존에 진열하는 것과 동일한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며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 1,682억 원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행정재판 재판부는 공정거래 사건이 형사절차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엄정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혀 쿠팡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노동 현장의 인권 유린 의혹인 PNG 리스트(블랙리스트) 역시 쿠팡의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다. 쿠팡은 약 1만 5,000명의 노동자 정보를 무단 수집해 재취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단순히 근무 태도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를 신청하거나 회사 규정에 항의한 노동자, 심지어 쿠팡을 비판한 기자들까지 등재됐다. 쿠팡은 초기에 이를 출처 불명의 문건이라 부인했으나 국회 청문회에서 결국 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했다. 제보자 김준호 씨는 압수수색을 나온 경찰이 쿠팡 입장에서 고소는 당연하다고 했다며 수사의 편파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이제 누가 진실을 말했는지는, 쿠팡 특검의 수사만이 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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