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방 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2' 덕분에 우리 땅 곳곳의 식재료들이 새롭게 눈길을 끌고 있다. 실력자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재료들은 저마다 품고 있던 깊은 맛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메추리 대결이 펼쳐진 23일에는 검색량 지수 100으로 폭증했다. 해당 지표는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다. 메추리 외에도 다양한 특산물 대결이 펼쳐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본다.
1. 작지만 알찬 깊은 맛, 경남 ‘의령 메추리’
경상남도 의령에서 온 '메추리'는 작은 몸집 속에 놀라운 감칠맛을 품고 있다. 평소 우리 식탁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재료였지만, 요리사들이 이를 사용해 진한 고기 맛을 내면서 그 가치가 새롭게 알려졌다. 의령 메추리는 살이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대결에서 이준 셰프는 정교한 칼질로 메추리의 뼈와 살을 세심하게 발라내어 격식 있는 서양식 요리를 선보였다. 이에 맞선 '삐딱한 천재' 요리사는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으로 메추리의 육향을 극으로 끌어올리는 시도를 했다. 두 참가자는 메추리라는 작은 재료 안에서 입안 가득 맴도는 진한 맛을 뽑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닭고기와는 또 다른 묵직한 힘을 가진 이 재료는 경연 내내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메추리는 지방이 적으면서도 맛이 응축되어 있어, 조리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요리로 변신하며 전문가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작지만 강한 힘을 가진 의령 메추리는 이제 당당히 요리계의 귀한 손님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2. 깊은 산세가 준 고소한 선물, 경기 ‘가평 잣’
경기도 가평의 맑은 공기와 햇살을 머금고 자란 '잣'은 옛날부터 나라님 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알이 굵고 깨끗한 빛깔을 자랑하는 가평 잣은 포장을 뜯는 순간 퍼지는 고소한 향이 일품이다. 요리사들은 잣을 곱게 갈아 소스를 만들거나 요리 중간에 넣어 맛의 격을 높였다.
사찰음식의 거장인 선재스님은 잣을 갈아 만든 국물에 채소를 곁들여 자연의 맛을 온전히 살려냈다. 이에 맞선 '뉴욕에 간 돼지곰탕' 참가자는 잣의 고소함을 극으로 살린 '잣 채소 잡채'를 내놓았다. 잣을 그저 고명으로 쓰는 단계를 넘어, 잡채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 양념으로 사용해 심사 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가평 잣은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따야 하는 정성이 깃든 재료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며 번지는 은은한 향은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요리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힘이 있다. 가평의 깊은 숲이 준 이 하얀 알갱이는 식탁 위에서 보석처럼 빛나며 우리 식재료가 가진 은은한 힘을 보여주었다.
3. 바다 향을 가득 머금은 보석, 경남 ‘창원 미더덕’
경상남도 창원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더덕'은 바다의 향을 가장 잘 품고 있는 재료 중 하나다. 봄철 바다의 기운을 가득 담은 미더덕은 오독오독 씹히는 재미와 함께 입안에서 팡 터지는 즙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기 요리의 대가로 알려진 송훈 셰프는 미더덕을 서양식 소스에 녹여내어 바다와 육지의 조화를 꾀했다. 반면 '요리괴물' 참가자는 미더덕 특유의 식감을 거칠게 살려내어 재료 본연의 힘을 강조했다. 요리사들은 미더덕을 잘게 다져 감칠맛을 내거나, 즙을 따로 뽑아내 요리에 바다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미더덕은 그저 찜 요리에 들어가는 조연에 머물지 않고, 요리 전체에 시원한 맛을 더하는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창원 바다의 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룬 이 재료는 시청자들에게 고향 바다의 정취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껍질을 벗겨 부드러운 속살만 사용하는 등 요리사들의 창의적인 손길을 거치면서 미더덕은 세련된 요리로 다시 태어났다.
4. 제주의 혼이 담긴 짭조름한 양념, ‘제주 멜젓’
마지막으로 제주 바다의 깊은 맛을 담은 '멜젓'이 식탁을 완성했다. 큰 멸치를 소금에 절여 삭힌 멜젓은 제주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을 때 꼭 챙기는 양념이다. 자연주의 요리를 추구하는 샘킴 셰프는 멜젓의 강한 맛을 부드럽게 다듬어 정갈한 접시를 내놓았다. 이에 맞선 '유행왕' 요리사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강렬하고 직관적인 맛으로 멜젓을 재해석했다.
멜젓의 짭조름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고기 요리와 만났을 때 그 힘이 한층 더 커진다. 제주의 거친 바람과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이 양념은 요리에 깊은 이야기를 더해주었다. 고기를 찍어 먹는 평범한 방식을 넘어, 소스의 밑바탕으로 쓰이거나 볶음 요리에 들어가 맛의 중심을 잡아주기도 했다.
한 접시의 요리 속에 제주의 넉넉한 인심과 바다의 맛을 함께 담아낸 멜젓은 우리 먹거리가 가진 무궁무진한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처럼 팔도 강산의 정성이 담긴 재료 하나하나가 앞으로도 우리 식탁을 더 든든하게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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