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발생한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게시 일주일 만에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 만료로 종결됐던 이 사건이 20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성범죄 피해자 보호 체계의 근본적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올라온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청문회 및 특검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2만 134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정식으로 회부되어 처리 절차가 진행됩니다.
청원인 조모씨는 "공권력에 의해 고소가 취하된 정확한 경위와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한 과정, 그리고 자매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청원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2004년 방송 보조출연자로 일하던 대학원생 A씨가 출연 관리반장을 포함한 12명으로부터 40여 차례에 걸쳐 지속적인 성폭력과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A씨는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2차 피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가해자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대질심문을 강요당했고, 경찰로부터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그림으로 정확히 그려달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가해자들의 협박과 압력은 계속됐고, A씨는 결국 고소한 지 1년 7개월 만인 2006년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극심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A씨는 2009년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언니에게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동생 B씨마저 언니의 장례식이 끝난 지 단 6일 만에 뒤를 따랐다는 점입니다. "언니 미안해. 엄마 복수해줘"라는 유서를 남긴 동생의 죽음은 온 가족을 비탄에 빠뜨렸고, 평소 지병을 앓던 아버지도 두 딸을 잃은 충격으로 두 달 뒤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홀로 남은 어머니 장모씨는 2014년 가해자 1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5년 법원은 재판에서 "피해자가 생전에 작성한 일기장 등을 검토한 결과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가 경과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장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소했고, 장씨는 2017년에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2018년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경찰은 당시 진상조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공소시효 만료라는 법적 장벽에 막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자매의 장례식은 사망 9년 만인 2018년 8월에야 치러질 수 있었습니다.
청원인은 "담당 판사님께서도 판결문 부연 설명에서 '공권력의 참담한 실패'라고 명시적으로 지적하셨다"며 "피해자가 어떤 압박 속에서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구체적인 배경과 경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4명의 단란했던 가정에서 홀로 남은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70대의 나이에 가해자들로부터 제기된 30여 건의 명예훼손 재판을 홀로 감당하고 계신다"며 국회 청문회와 특별검사 수사를 거듭 요청했습니다.
이번 청원이 빠른 속도로 동의를 얻으면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와 수사 과정의 인권 보호, 그리고 공소시효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청원 동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국회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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