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민 혈세를 들여 조성한 공공미술 공간 '홍제유연'이 개장 이후 방문객 발길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조성 취지와 달리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관리 미흡과 접근성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유진상가는 1970년 홍제천 위에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이 건물 아래를 흐르는 홍제천 250m 구간은 약 50년간 출입이 통제돼 왔으나 이후 '열린 홍제천길'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개방됐다. 이후 서울시는 버려진 하천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취지 아래 지난 2019년 총 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예술 산책로를 조성했다.
이 구간에 조성된 '홍제유연'은 2020년 서울시가 대표적인 공공미술 공간으로 소개한 장소다. 당시 서울시는 3D 홀로그램, 인터랙티브 조형물, 아트 조명 등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공간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홍제유연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버스 이용 시 '유진상가'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유진상가 뒤편 시장길을 지나 홍제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로 나와 유진상가 뒤편을 따라 이동하면 홍제교 인근에서 '열린 홍제천길'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징검다리를 건너면 홍제유연 입구에 도착한다.
하지만 르데스크 취재 결과 평일 오후 6시께 홍제유연이 위치한 홍제천 일대는 방문객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주민들이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위해 홍제천을 이용하고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히 유진상가에서 홍제천으로 내려가는 계단 주변에는 물비린내와 같은 악취가 진동했고 산책로에는 가로등이 충분히 설치돼 있지 않아 전반적으로 어두운 인상을 줬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평일 오후 6시께 홍제유연이 위치한 홍제천 일대는 방문객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했다. 몇몇 주민들이 산책이나 운동을 위해 홍제천을 이용하고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또 유진상가에서 홍제천으로 내려가는 계단 일대에는 물비린내와 같은 악취가 진동했고 산책로에도 가로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주변이 어두운 모습이었다.
주민 임수환 씨(69·남)는 "예전에는 그래도 간간이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찾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훨씬 어둡고 물비린내 같은 냄새도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겨울을 제외한 봄·여름·가을에는 입구에 비둘기가 많이 몰려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주로 이곳에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는 노인들만 있을 뿐 젊은 사람들은 굳이 찾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박연정 씨(41·여)도 "지상에 같은 경로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어 악취가 나고 어두운 이곳을 처음 온 사람들은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도입 초기에 몇 번 이용하다가 요즘에는 저 산책로 자체를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처음에는 전시물이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걸 보러 누가 올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덧붙였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최예은 씨(30·여)는 "사진으로 봤을 때는 멋있고 예뻐 보여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민들조차 외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꼭 방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구파발에 살고 있어 거리상으로 멀지 않음에도 선뜻 발길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홍제유연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공공미술 공간 '도킹서울'은 지난해 5월 철거가 결정돼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도킹서울은 약 30년간 폐쇄돼 사용되지 않았던 서울역 폐 주차램프를 공공미술 전시장으로 재활용한 사업으로 도심 유휴공간에 새로운 공공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철거 당시 서울시는 설치 시점부터 약속된 2년의 운영 기간 동안 전시를 마친 뒤 정상적인 철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생애주기 만료 후 철거에 관한 사항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안내해 오해의 소지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공공미술 사업이 반복적인 설치와 철거로 이어질 경우 시민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공공미술 공간은 조성 이후의 운영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공공미술이나 도시재생 사업은 조성 자체보다 이후의 운영과 관리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접근성, 안전, 환경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외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서울시와 시의회 차원에서 이 같은 공간들에 대한 전수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대규모 예산 투입보다는 기본적인 관리 개선과 함께 시설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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