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굴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이른바 '굴수저' 국가라 불린다. 해외 오이스터 바에서 굴 몇 점에 수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굴을 실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세계 미식 시장에서 한국산 굴은 양적인 가득함에 비해 질적으로는 프랑스산에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통영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개체굴'은 이러한 판도를 바꾸기 위해 등장했다. 흔히 '스텔라마리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굴은 낱개 한 개 가격이 1만 원에 육박할 만큼 고가의 식재료로 꼽힌다. 일반 굴보다 몇 배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남다른 품질과 맛을 지녀 미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도적으로 스트레스 주는 과정
개체굴은 이름 그대로 돌이나 조가비에 굴을 붙여 뭉치로 키우는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굴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키우는 방식을 택한다. 일생의 전반기는 수조에서, 후반기는 바다에서 자라는데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바닷물 순환을 통해 스트레스를 주는 과정을 거친다.
굴과 굴이 서로 부딪히며 껍질 가장자리가 깎여 나가는 과정을 거치면, 껍질은 두꺼워지고 속은 꽉 찬 일정한 모양이 잡힌다. 바다 표층의 플라스틱 케이지 안에서 파도에 뒹굴며 자란 굴은 줄에 매달아 키우는 방식보다 크기가 고르고 살이 차오르는 정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재배법은 굴이 제멋대로 자라지 않게 통제하여 모든 개체가 비슷한 크기와 모양을 갖추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골라도 똑같이 훌륭한 품질의 굴을 만날 수 있다. 굴의 모양을 다듬는 이 과정은 수많은 수고가 들어가지만, 그만큼 품격 있는 외형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3%의 차이가 빚은 육질과 맛의 차이
개체굴의 진가는 맛과 식감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보통 우리가 먹는 굴은 수분 함량이 80% 정도를 차지하지만, 개체굴은 수분 함량을 77% 수준으로 낮추어 생산된다. 단 3%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작은 차이가 굴의 육질을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고 맛을 농축시키는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
한 입 베어 물면 진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프랑스 고급 식당에서 맛보던 품질을 뛰어넘는 경험을 준다. 알맹이가 크고 속이 꽉 차 있어 샴페인이나 위스키처럼 향이 진한 술과 곁들여도 고유의 특색을 잃지 않는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과 고소함은 개체굴만이 가진 강점이다. 굴 고유의 비린 맛이 적고 뒷맛이 깔끔하여 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기기에 알맞다. 수분이 적은 만큼 구워 먹거나 쪄서 먹어도 크기가 많이 줄어들지 않아 요리용으로도 선호도가 높다.
프랑스와 경쟁하는 'K-오이스터', 세계 시장 도전장
전 세계 굴 생산량에서 한국은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수출액 기준으로는 프랑스에 뒤처져 왔다. 개체굴은 이러한 고급 시장의 장벽을 넘기 위한 전략적인 도구다. 전남 신안군에서는 개체굴 껍데기에 레이저로 브랜드 이름을 새겨 출하하며 명품화를 시도하고 있고, 통영 역시 생산 규모를 늘리며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바다 수온이 15도 이하로 유지되는 3월까지 출하되는 개체굴은 주기적으로 노로바이러스 검사를 받기에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이제 한국은 개체굴을 통해 단지 양으로 승부하던 시대를 지나, 세계 최고 수준의 미식 자원을 보유한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명품 굴 생산이 본격화되면 우리나라도 미식의 중심지인 유럽 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안전하고 깨끗한 바다에서 정성껏 키워낸 개체굴은 한국 수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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