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차세대 군함 건조 구상인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 도입될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파트너로 한국의 '한화'를 직접 지목하며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단순 MRO(유지·보수)를 넘어선 한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가시화된 시점이다.
트럼프의 발표로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이 흐름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미 해군의 군함 건조 시장은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글로벌 조선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활 기조와 맞물려 국내 조선 빅3의 대응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황금 함대' 구상을 둘러싼 K-조선 3사의 3색 전략과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트럼프의 '황금 함대', 한화가 닻 올리고 K-조선 세계 무대로 출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미 해군 전력 강화의 핵심 파트너로 한화그룹을 공식 지목하며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미 해군 호위함 건조 파트너로 한화그룹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한화는 훌륭한 회사"라고 치켜세우며,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한 구체적인 협력 계획을 공개했다.
공개된 '황금 함대' 구상은 미 해군의 전력을 대폭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한 대형 전함인 일명 '트럼프급'을 우선 2척 건조하고, 최종적으로 20~25척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신형 프리깃함과 소형 호위함을 더해 전체 함대 규모를 280~300척 수준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골자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주요 조선소들은 시설 노후화와 심각한 숙련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자체 역량만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건조 속도와 물량을 감당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 한화를 파트너로 지목한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적 난관을 타개하고, 즉각적인 전력 증강 효과를 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화가 낙점된 결정적 요인은 필리조선소 인수와 함께 제시한 과감한 투자 계획이다.
한화는 50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을 현재 1~1.5척 수준에서 20척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의 필리조선소만으로 황금 함대 전체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목표로 하는 공격적인 건조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생산 거점과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선종별 업무 분담 방식을 통해 프로젝트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화를 주요 파트너로 지목한 것이지만, 프로젝트의 규모를 감안하면 K-조선 3사 모두에게 참여 기회가 열려 있다"며 "선종별, 단계별로 역할이 나뉘며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의 '선점', HD현대의 '기술', 삼성의 '실리'... 3사 3색 전략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 함대'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이 거대한 기회를 잡기 위한 국내 조선 빅3의 수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화오션이 필라델피아 조선소(이하 필리조선소) 인수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전진기지 삼아 미 해군 함정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6월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한 뒤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미 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현재 연간 건조 능력을 1~1.5척에서 20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하고, 40만㎡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화오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신조 사업과 유지·보수(MRO)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리조선소는 과거 미 해군 함정 생산의 중심지였던 만큼 인프라가 축적돼 있다.
한화오션은 이곳에 자사의 특수선 건조 기술을 이식해 신조와 MRO(유지·보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으며, 이미 미 국방부에 시설 인증 보안(FCL)을 신청하고 정보제공요청서(RFI)를 제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선 것이 핵심이다.
특히 팔란티어와의 협력은 미 국방부가 신뢰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조선업에 접목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HD현대중공업은 AI 스마트야드를 통해 설계부터 생산, 품질 관리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함정 건조의 핵심인 납기 준수와 원가 절감을 AI로 최적화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독보적인 LNG선 기술력과 특수선 건조 경험도 강력한 무기다. HD현대중공업은 극지용 특수선과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전함 건조에 필요한 복합 시스템 통합 능력을 입증해왔다.
삼성중공업은 한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실속을 챙기는 전략을 택했다. MRO 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먼저 다진 뒤 신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발판 삼아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까지 넘보고 있다.
특히 상선 분야에서 추진 중인 LNG 벙커링선 공동 건조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파트너사와의 협력 체계를 공고히 했다.
친환경 연료 공급 수요 증가로 미 해군 역시 LNG 벙커링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삼성중공업의 이러한 행보는 시장 진입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화려한 수주 전망의 이면... 기술·인력 유출은 '과제'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들도 적지 않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본질은 단순한 선박 구매가 아닌, 자국 조선업의 완벽한 부활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 기업에 설계 원천 기술과 공정 노하우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핵심 기술 경쟁력만 소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내 생산 현장의 인력 공동화(空洞化) 현상 또한 변수다.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베테랑 기술자들의 파견이 필수적이다.
용접, 도장, 배관 등 핵심 공정은 최소 10년 이상의 숙련도가 요구되는데, 이들이 미국 파견 후 현지에 정착하거나 더 높은 처우를 제공하는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국내 기술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상징하는 '존스법'의 개정 여부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부활을 외치고 있지만, 자국 산업 보호를 주장하는 보수 진영의 반발로 법 개정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현지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만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합작사 설립이나 기술 제휴를 통해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존스법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 의회는 자국 조선업 정상화를 위해 해외 기업의 현지 투자를 유도하려는 기조가 강하다”며 “향후 한국은 군함 시장 진출과 더불어 미국 상선 수요에 대한 보완적 역할까지 고려한 정교한 셈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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