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길에서 문득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사위질빵의 열매였다.
새의 깃털처럼 부드럽게 퍼진 씨앗 뭉치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타고 떠날 준비를 하며 고요 속에서 은근한 움직임을 품고 있었다.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에는 장모가 사위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이 가냘픈 덩굴로 지게의 멜빵을 엮어 주었다는 소박하고 따뜻한 전설이 담겨 있다.
연약해 보이지만 끊어지지 않고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생김새는 그 이야기와 참으로 닮아 있다.
겨울바람에 몸을 맡긴 채 허세도 과장도 없이 품위를 지키는 이 덩굴식물을 바라보며 강함이란 반드시 굵고 단단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곡선은 때로는 직선보다 아름답고, 굽었다는 것은 높은 곳만 바라보지 않고 주위도 살피면서 부드러움이라는 깊은 의미도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움은 곧 인내와 포용, 자연스러운 삶의 가치를 상징하며, 직선보다 더 깊은 여운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가늘어도, 부드러워도 자기 자리를 알고 끝까지 버텨내는 존재는 오히려 더 깊은 존엄을 지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산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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