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차는 왠지 재배차와 다른 무엇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합니다. 재배차는 채소, 야생차는 산나물로 볼 수 있으니 분명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야생차를 마셔보았지만 제게는 훈연향 같은 특유의 야생향이 호감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마셨던 야생차 중에 천년보이차의 야생차는 첫물차로 만든 고수차였지만 역시 제 입은 야생 맛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근래에 백앵산 얼가즈 야생차를 마시고 훈연향이 별로 없이 깔끔한 쓴맛과 향기로운 단맛에 반했지요. 수령 1200년 첫물차로 만든 야생차라니 이 차를 마셨던 사람들은 누구나 감동하며 차를 구입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매진되었다고 하니 안타까워했습니다. 야생차에 대한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차로 백앵산 얼가즈가 처음이었습니다.
야생차로 처음 마시게 된 애뢰산 차
중국 윈난성 애뢰산(哀牢山)은 보이차구에 속하는데 산이라기보다 산맥으로 아주 험준하다고 합니다. 무량산과 평행하게 뻗어 있는데 험한 산세로 인적이 닿기가 어려워서 고대의 생태계가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애뢰산이라는 지명은 슬플 애(哀) 감옥 뢰(牢)라는 한자 말처럼 해발 3000m의 깊은 산속은 마치 다시 나올 수 없는 감옥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애뢰산의 차 산지로 유명한 마을 천가채는 이족 하니족 라후족이 깊은 산속에 1천여 채의 집을 지어 숨어 살면서 청나라에 저항했다고 합니다.
산세가 험한 애뢰산은 원시림 상태인지라 야생 차나무가 온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일 것 같습니다. 천가채에는 수령 2700년으로 가장 오래된 야생 차나무가 있습니다. 1983년에 수령 2500년 야생 차나무가 발견되었고 그 후 1991년에 수령이 2700년 된 야생 차나무가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수령 2700년 차나무는 천가채 차왕수 1호, 수령 2500년 차나무는 차왕수 2호로 명명되어 보호받고 있고 1호는 윈난성 5대 차왕수 중 하나라고 합니다.
천가채 야생 차나무 군락지는 일급 보호구역이라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어 허가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애뢰산을 소개한 사진을 보면 밀림으로 키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야생 차나무는 숲속에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며 드문드문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야생 차나무가 보호되고 있어서 찻잎을 딸 수 없으므로 지금 마시려고 하는 차는 귀한 몸일 것 같습니다.
천가채 차왕수 1호는 야생 차나무로는 윈난 성에서 가장 오래되어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수차조(茶祖)라고 부르는 세계 최고령 차나무인 임창 차구 향죽청 차왕수는 수령이 3200년인데 야생차가 아니고 재배차입니다. 애뢰산 야생차를 마셔보면서 가장 오래된 야생 차나무가 있는 지역이라는 걸 알게 되니 차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네요. 사람의 발걸음이 닿기 어려운, 험준하고 깊은 숲속의 야생 차나무를 연상하면서 차를 마셔봅니다.
야생차와 재배차는 어떻게 다를까?
차나무는 야생 차나무, 과도기 차나무, 재배 차나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야생 차나무는 차나무의 원종으로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순화되지 않아 독성을 가진 종류가 많다고 합니다. 마치 산나물이나 야생 버섯을 함부로 먹으면 독성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야생 차나무가 따로 있는 건 산나물과 버섯도 같지요. 야생 차나무로 만드는 차도 소수차가 있고 고수차가 있습니다.
재배 차나무는 야생 차나무를 순화시켜 독성을 없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수령 3200년 세계 최고령 차나무인 금수차조는 야생차가 아니라 재배차라고 하니 차를 음용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재배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관목형 대지차와 교목형 고수차입니다. 관목형 대지차는 차 농사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밀식으로 재배하며 가지치기로 키 높이를 낮춘 차나무입니다. 교목형 고수차는 생태 그대로 자라도록 한 차나무입니다.
과도기 차나무는 야생 차나무와 재배 차나무의 중간에 있는 차나무인데 통상 야생 차나무로 부릅니다. 백앵산 얼가즈와 본산 차나무를 과도기 차나무로 보는데 차의 병면은 야생차의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차를 마셔보면 야생 미가 거의 없어서 재배차의 향미입니다. 야생미는 훈연향이 강하게 나며 쓴맛이 많아 재배차의 순한 맛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야생차는 산나물, 야생 버섯, 야생동물과 같이 함부로 먹을 수 없으며 음용 가능한 종류가 따로 있습니다. 재배차는 채소, 식용버섯, 가축처럼 일상에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산나물과 야생 버섯에 독특한 향미가 있는 것처럼 야생차의 특별한 향미 때문에 차를 마시는 사람의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야생차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첫물 고수차인데도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애뢰산 야생차를 고수 봄 차로 마셔보니
2015년 산 명서원 애뢰산 야생차를 마셔봅니다. 애뢰산은 수령 2700년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야생 차나무가 있는 곳입니다. 야생 차나무는 윈난성 곳곳에서 자라고 있지만 산세가 험한 애뢰산이라고 하니 더 기대됩니다. 그동안 마셔보았던 야생차는 백앵산 야생차를 제외하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었는데 애뢰산 야생차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찻물은 이번에 새로 설치한 한우물 정수기 물을 씁니다. 숙차나 홍차는 향이 강해서 일반 정수기 물도 괜찮았는데 녹차나 생차는 확실히 물에 따라 향미의 차이가 났습니다. 찻주전자는 100cc 백자에 건차의 양은 5g을 넣었습니다. 차호(茶壺)의 용량에 맞추어 우리는 차의 양을 계량해서 넣고 우리는 건 중요합니다.
차의 병면에서 야생차의 특징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 검붉은색으로 재배차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첫물차를 모료로 썼는지 어린잎이라는 걸 차를 떼어내면서 볼 수 있습니다. 첫 포는 건차를 적시는 정도로 부어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포를 모아서 마셔봅니다. 만든 지 10년 된 차라서 탕색이 짙어지기 시작하네요.
차향에 야생차 특유의 훈연향과 쌉쓰레한 맛이 다가오면서 입안에서 단침이 솟아납니다. 떫은맛이 살짝 느껴지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목 넘김도 좋아서 야생차의 향미가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차의 몸 반응(茶氣)이 강해서 물로 희석해서 마시니 훨씬 편해지네요. 그동안 부담스러웠던 야생차가 이 차를 마시니 손이 자주 갈 것 같습니다. 애뢰산 야생차는 첫물차에 고수차라서 그런지 차의 향미가 그동안 마셨던 야생차에 비해 편하게 다가와서 좋습니다.
차의 원산지인 중국 윈난성, 수령 2700년 야생차가 있는 애뢰산은 다른 차 산지와 구별이 되는 곳이지요. 재배차가 아닌 야생차 특유의 향미를 음미하는 것도 보이차를 마시는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지금은 야생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서 야생차는 누구나 마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명서원 애뢰산 야생차로 거세(?)되지 않은 차나무 원래의 향미를 맛보았습니다.
보이차가 다른 차류와 다른 건 차의 원종(原種)에 가까운 향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윈난성 곳곳에 차나무의 종류가 다르고 그 향미도 다 다릅니다. 차를 만드는 방식도 찻잎을 최소한으로 가공하므로 차의 향미가 은근해서 오래 마셔야만 온전하게 음미할 수 있지요. 보이차 중에 야생차를 마시게 되면 차의 원종이 주는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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