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만들어지기 이전, 무려 2000만 년 전 포항 앞바다를 누비던 고래가 국가를 상징하는 유산이 되어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4일 희소성이 높고 학술 가치가 큰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화석’과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를 국가 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 고래화석은 아득한 세월을 거쳐 우리 앞에 나타난 기적 같은 기록이다. 수많은 화석과 주상절리가 곳곳에 퍼져 있는 포항은 이번 지정을 통해 지질 유산 보유 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했다. 포항은 신생대 지층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과거 바다 환경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장소다. 땅속에 묻혀 있던 과거의 기록이 국가적 보물로 인정받으면서 지역의 자부심도 높아지는 상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완전한 표본 '수염고래아목' 화석
첫 번째 지정 유산인 ‘포항 신생대 두호층 고래 화석’은 약 20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두호층에서 발견됐다. 2008년 9월 포항시 장량택지개발지구 공사 현장에서 퇴적암 내부의 개체 하나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채 세상에 드러나며 화제를 모았다. 뼈가 흩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남아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현상이다.
이 고래 화석은 국내에서 발견된 신생대 고래 화석 가운데 가장 크기가 큰 표본이다. 특히 이빨 대신 입안에 여과 장치를 가진 '수염고래' 무리의 화석 중 국내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깊다.
과거 바다의 주인인 고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필 수 있는 이 화석은 대전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센터 수장고에 보관되어 연구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뼈의 배열 상태가 좋아 당시 고래의 체격과 생물학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 큰 보탬을 준다.
과거 환경을 품은 단단한 덩어리, 대형 결핵체의 발견
두 번째로 지정된 ‘포항 신생대 두호층 결핵체’는 총 2점으로 구성된다. 2019년 9월 포항시 북구 우현동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이 유산은 퇴적물 입자 사이의 빈 공간에 광물이 내려앉아 형성된 아주 단단한 돌덩어리다. 조개껍데기나 물고기 뼈 주위로 광물이 뭉치며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진주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돌덩어리는 생성 당시의 바다 깊이나 온도 등 지질 환경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지표가 된다. 이번에 지정된 개체는 국내에서 발견된 것 중 크기가 매우 큰 편에 속하며, 둥근 원형의 보존 상태가 우수해 아름다운 모습과 희귀함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단단한 껍질 덕분에 내부의 미세한 생물 흔적이 손상되지 않고 보존된 점이 특징이다. 결핵체 내부를 살피면 당시 바다에 살던 생명체의 흔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어 과거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알맞은 자료로 손꼽힌다.
지질 유산 6건 보유, 포항 시립박물관 연계 관리 계획
포항시는 이번 지질 유산 지정을 계기로 지역의 정체성을 튼튼히 하는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성과가 포항이 보유한 지질 자원의 가치를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땅속에 잠들어 있던 소중한 기록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보전하는 일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한 2028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포항 시립박물관과 연계하여 출토된 유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포항의 보물들을 한곳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포항은 달전리·오도리 주상절리 등을 포함해 총 6건의 지질 천연기념물을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도 가치가 높은 지질 유산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보전하고, 포항만의 차별화된 자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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