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지난해 식품업계는 내수 소비 둔화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며 성장의 방향성이 뚜렷하게 갈린 한 해였다. 국내 시장에서는 소비 위축과 인구 구조 변화로 가공식품 수요가 정체된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 확대를 발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를 두고 “해외 매출이 식품사의 성패를 갈랐다”고 입을 모았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24년부터 이어진 저성장 기조 속에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높아졌고, 할인·행사 중심 소비가 확산되며 브랜드 제품의 성장 여력은 제한됐다. 여기에 원·부자재 가격 부담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오르내리는 고환율 기조까지 더해지며 식품사들의 수익성 압박은 한층 커졌다.
반면 해외 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이어지며 미국·유럽·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됐고, 이를 선제적으로 흡수한 기업들은 내수 부진을 상쇄하는 성과를 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1~11월 K-푸드 수출액은 103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연말 실적까지 반영할 경우 2024년 세운 연간 최대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적 격차로 이어졌다. 해외 매출 비중이 40~60% 이상인 기업들은 환율 효과와 글로벌 수요 확대를 동시에 누리며 외형 성장을 이어간 반면, 국내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라면과 스낵, 냉동·간편식(HMR) 등 K-푸드 대표 품목을 보유한 기업들의 해외 성과가 두드러졌다.
라면 업계의 경우 해외 시장이 사실상 ‘주무대’로 자리 잡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생산능력 확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밀양 2공장이 용기면을 포함한 6개 생산 라인을 모두 가동하면서 공급 여력이 확대됐고, 이를 바탕으로 2025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2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농심 역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 또한 미국 코스트코를 비롯한 현지 유통망 확대와 함께 해외 생산 기반 강화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진출이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된 시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분명해진 만큼, 해외 사업 성과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환경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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