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감독이 도입하겠다고 한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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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감독이 도입하겠다고 한 건 뭘까?

풋볼리스트 2026-01-03 08:30:00 신고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은 영국에서 뭘 보고 왔을까.

이 감독이 수원 사령탑으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2일 오전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오후에는 기자회견에 임했다. 광주를 K리그2 우승 및 승격, K리그1 3위 돌풍,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개편 후 한국팀 최고 성적인 8강으로 이끌며 탁월한 지도력을 증명한 감독이다. 강한 캐릭터와 잘 흥분하는 모습과 더불어 K리그 최고 전술가라는 면모가 확실하다.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자신이 만들어갈 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숨기면서도 약간 힌트를 줬다. 지난달 잉글랜드 출장에서 본 3경기에서 뭘 확인했냐는 질문에 경기를 보러 가면 자기 철학이 뚜렷한 감독을 좋아한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 수비적인 부분에 있어 트렌드가 하나 있다. 그 트렌드는 저만 알고 있겠다. 그래서 첼시 경기를 유심히 봤다. 특히 첼시의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어디까지 제가 우리 수원삼성 선수들에게 구현하라고 요구할 건지 생각했다. 예를 들어 5점 만점이고 첼시가 5점이라면 수원삼성을 4점까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색도 비슷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첼시의 공격 전술이 아닌 수비 전술을 유심히 봤다는 게 눈에 띄는 발언이다.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구단 수뇌부의 심기를 거슬러 공교롭게도 경질되긴 했지만, 다소 부진한 기간에도 전술가적 면모는 여전했다. 본업이 풀백인 선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후방에 비대칭 3-23-1 대형을 만들어 빌드업하는 게 마레스카 감독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곤 하는데, 이 감독은 공을 가졌을 때가 아니라 수비할 때의 첼시에 주목했다고 말한 것이다.

첼시의 최근 경기를 보며 이 감독이 뭘 추구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감독이 관전한 에버턴전은 마침 첼시가 12월에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PL 경기였다. 첼시의 경기 모델이 그나마 작동한 경기에 속하기 때문에, 이 감독은 시간낭비를 피했다. 만약 첼시가 지리멸렬하게 아무것도 못 하는 경기를 봤다면 그가 확인하고 싶었던 전술 포인트가 발현되지 않을 뻔했다.

첼시 수비의 특징은 상대 빌드업시 일대일 전면 압박이다. 그라운드 전역에서 벌어지는 압박인데, 최근 일부 유럽 최상위권 구단들이 구사하는 수비 방식이다. 농구팀조차 경기 종료 직전 잠깐만 쓰는 풀코트 프레스가 더 넓은 운동장의 축구 경기에서 수시로 시행된다. 선수들의 운동능력과 조직력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전술이다.

첼시는 이날 전면 압박을 통해 분명한 효과를 봤다. 골은 두 개 다 후방부터 공을 끌고 와서 만들어냈지만, 득점의 형태로 결실을 맺지 못했을 뿐 압박을 통해 만든 기회도 많았다.

전면 압박을 실제로 실행해 효과를 보려면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 먼저 상대 선수 중 한 명이 압박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 이유는 초기 빌드업 상황에서는 골키퍼도 공 흐름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공을 가진 팀은 11명이 참여하지만 수비하는 팀은 골키퍼가 상대 공격수를 맨투맨으로 막을 순 없으니 10명이 막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진다. 압박이 성공하려면 공을 가진 선수가 프리한 선수를 찾지 못하도록 공 주위에 충분한 숫자를 배치해야 하고, 압박의 강도가 강해서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수비가 기다리는 곳으로 뻥 차게 만들면 성공이다. 아예 패스미스를 유발해 전방에서 가로채면 더할 나위 없다.

두 번째 과제는 압박이 실패했을 때의 수비대형 복귀다. 전면 압박이 매번 성공할 순 없다. 그럴 때는 상대를 지연시켜 지공으로 전환하게 만들고, 수비측도 대형을 갖춰야 한다. 압박할 때는 포메이션을 무시해가며 상대 선수에게 일대일로 붙었다면, 지공 수비 상황에서는 우리 측의 약속된 대형으로 빠르게 복귀해야 한다. 만약 센터백이 돌아가기 너무 늦었다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순간적으로 센터백 자리를 맡아 주는 등의 임기응변으로 대형을 완성해야 한다. 또한 이 전환의 중간 과정에서 중간 강도의 압박으로 상대를 지연시키는 게 중요하다. 동료 팀원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면 경고를 받지 않을 정도의 반칙으로 끊는 것도 필요하다.

첼시보다 더 전면압박을 잘 시행하는 이번 시즌 사례로 바이에른뮌헨을 꼽을 수 있다. 바이에른과 첼시의 공통점은 느리고 덩치 큰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기동력이 좋은 선수로만 중원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면, 상대는 패스 경로를 늘리기 위해 스트라이커가 후방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때 대인방어 중이던 센터백이 반드시 따라 올라가 공을 편하게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바이에른 축구에서 김민재 등 중앙 수비수가 자꾸 상대 진영 깊숙하게 올라가 몸싸움을 하는 이유다.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필수적인 행동이다.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엔소 페르난데스(첼시). 게티이미지코리아
엔소 페르난데스(첼시).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축구를 구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리그 내 상위권의 선수단 인건비다. 아무리 감독 전술이 좋고 구단의 스카우트 능력이 좋다고 해도, 몸값 싼 선수들로 전면 압박수비를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선수의 신체능력은 눈에 잘띄는 특성이기 때문에 상당히 비싸다.

그래서 새 시즌 수원에는 더 맞는 축구방식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수원 선수단 총 연봉은 약 96억 원으로, 승격과 강등을 모두 고려할 때 현재 K리그2 구단 중 최고다. 지난 시즌 K리그1에 있다가 떨어진 대구FC, 수원FC보다도 많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변화가 있더라도 리그 내 상위권 인건비인 건 분명하다. 지난해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이 경기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더라도 고연봉 선수들의 개인 파괴력을 활용하는 체급 축구로 인건비의 가치를 보여줬다면, 올해 수원은 이 감독의 정교한 전술로 완성된 지배하는 축구를 통해 인건비를 승점으로 환산할 수 있다.

만약 이 감독이 K리그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한 압박을 가할 생각이라면, 선수단 상견례 자리 첫 메시지도 의미심장하다. 수원 구단이 제공한 영상에서 이 감독은 이제는 피지컬이 멘탈이자 기술이다. 그것만 명심하고 훈련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운동에 더 집중하라는 상투적인 표현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전면 맨투맨 압박을 비롯해 고강도 운동능력을 갈수록 더 강조하는 것이 요즘 세계 정상급 축구계의 추세다. 타고난 체격이 작은 선수일지라도 축구에 더 많이 필요한 신체능력인 지구력, 회복력, 버티는 힘과 코어 근력 등을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경합에서 이길 수 있다. 단신이지만 기동력 좋은 선수를 잔뜩 배치해 중원 싸움에서 번번이 승리하는 파리생제르맹(PSG)이 대표적이다. PSG 주전 미드필더 비티냐는 172cm, 주앙 네베스는 174cm지만 이들의 중원 장악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감독이 힌트를 준 첼시식 수비가 전면압박이 아닌 다른 디테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더이상 리그 내 인건비 하위권이 아닌 상위권 팀을 잡았을 때, 이 감독의 축구는 광주 시절보다 더욱 과감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게 합리적이다. 전면압박은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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