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최경록은 한때 독일 1부 구단들이 주목하는 선수였다. 그가 20세였던 2015년의 일이다. 8년간 독일에서 도전을 이어간 뒤, 2년 전 광주FC에 입단하며 한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최경록에게 타지에서 겪은 우여곡절, 거기서 얻은 축구관에 대해 물었다. 그가 도전을 시작한 12년 전에는 많지 않았지만, 지금 유럽의 하부리그나 변방리그에 수많은 한국 유망주들이 진출해 있다. 최경록은 유망주들이 움츠러들지 말고 용감해져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 프로 경력의 시작인 독일 진출 이야기를 차근차근 여쭤보려고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독일에서 도전을 시작하셨어요.
아주대에 갓 입학해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던 즈음, 한 해외 에이전트(당시 손흥민 에이전트였던 티스 블리마이스터)가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 왔어요. 그를 통해 유럽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죠. 첫 테스트는 오스트리아 2부팀이었는데 잘 안 됐어요. 그게 오히려 행운이었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차에 독일에 또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크트파울리 유소년 팀 테스트를 받았어요. 거기 바로 붙으면서 독일 생활을 시작했죠. 그리고 두 번째 시즌에 찾아온 1군 데뷔전을 잊을 수 없어요. 저희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전 2군에서 훈련을 잘 하고 있었고 1군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제게 기회가 왔어요. 그 데뷔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팬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었어요. 즉시 1부 구단들의 영입 제안이 왔지만 아직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장크트파울리에 남았죠.
- 팬들이 보내 준 사랑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독일어로 “토이 토이 토이(Toi toi toi)”가 한국의 “파이팅”과 비슷한 표현인데요. 제 이름을 넣어서 “초이 초이 초이(Choi Choi Choi)”라고 하는 응원이 있었어요. 네임콜 같은 건 저한테밖에 없었죠. 독일에서는 선수 네임콜을 원래 안만드는데 저만 토이라는 말과 발음이 비슷해서 생긴 거니까요. 팬들이 굉장히 터프하시면서, 빅 클럽도 아닌데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장크트파울리 팬이 계실 정도로 은근히 세계적인 팀이예요.
- 그러다 큰 부상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는데요.
그건 카를스루어로 이적한 뒤였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었거든요. 비가 왔을 뿐인데, 독일 잔디는 비가 오면 좀 질퍽거려요. 훈련 도중에 공이 굴러가길래 동료 선수를 가볍게 몸으로 막으면서 왼발을 디뎠어요. 그런데 다리가 쭉 밀리면서 무릎이 꺾이더니 딱 소리가 나더라고요. 처음 다친 부위인데도 이건 십자인대구나 느낌이 딱 왔어요. 하필 부모님이 집에 계실 때였는데, 다친 직후에도 울고 부모님 얼굴 보니까 눈물이 또 나고. 그리고 복귀에 7개월이 걸렸죠.
-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독일 2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경력을 이어갔잖아요.
사실 그 부상을 기점으로 제 폭발력은 많이 없어졌어요. 그래도 경쟁할 만한 실력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십자인대 부상의 후유증이 있었어요. 잔부상이 늘었죠. 종아리 한 곳을 세 번이나 다쳤고, 허리가 아파서 오래 쉬기도 했고, 발등도. 한참 지나서야 생각했는데, 큰 부상 때 재활을 제대로 못해서 두고두고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컨디션이 절정으로 올라오면 다치고, 또 올라오면 다치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정신적으로도 지치게 되죠.
- 독일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경록 선수를 만나면 템포에 대해 묻고 싶었어요. K리그의 전술적인 숙제로 템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예전에는 한국이 선 굵은 축구라 템포가 빠르고, 일본은 패스를 많이 돌리니까 템포가 느리다고들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템포 면에서 J리그 팀들을 못 따라간다는 평가가 많이 나옵니다. 가장 템포가 빠른 독일을 경험한 입장에선 어떻게 보시나요?
저도 템포라는 측면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근데 템포에 여러 가지 측면이 있는데, 조직적인 부분에서의 템포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합이 좀 덜해요. 경합이 약하면 템포가 느려지는 것 같아요. 사실 상대팀도 그렇지만 우리 광주 안에서도 그걸 느꼈어요.
- 경기 중이 아니라 훈련부터 템포가 떨어지나요?
몸싸움 경합 강도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에요. 한국에서는 훈련 할 때 경합 상황이 있으면 코칭 스태프가 ‘야 조심해, 서로 조심해’라고 얘기해요. 그러다 보니까 경합 강도가 약해요. 훈련부터 강하게 해 줘야 경기에서도 강하게 나오는 거거든요. ‘조심해’라는 말이 경합을 약하게 만들어요. 근데 유럽 같은 경우는 훈련 때부터 전쟁이죠. 제가 겪은 독일팀 감독님들은 다들 강한 훈련을 좋아하셨어요.
- 속된 말로 훈련부터 갖다 박는다는 거군요. 그러다 다치진 않나요?
오히려 해봐서 알잖아요. 이 정도면 다칠 만한 강도인지, 아닌지. 그래서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안할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어요.
- 실전에서는 훈련보다 더 흥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훈련을 통해 부상을 입히는 선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아두는 게 낫다는 말인가요? 체감상 독일팀 훈련이 광주 훈련보다 부상자가 많이 나오지도 않았고요?
전혀요. 그냥 박은 곳이 아플 뿐, 몸싸움 때문에 다치는 선수는 없어요. 제 부상 같은 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강도와 무관한 사고였고요. 그리고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파워를 실어서 부딪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나쁜 의도가 아니라 ‘이게 프로다’라는 느낌을 주려고 하는 거예요. 특히 어린 선수들이 좀 가벼운 플레이, 예를 들어 네이마르를 따라한다든지 하면 강하게 한 번씩 해 줘요. 재주를 부리고 싶으면 이 강도를 극복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거죠. 경기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미리 인식시키는 거예요. 어린 선수 중 그걸 받아들이는 선수들이 한 발 나아가며 발전하는 거고요.
- 그럼 본인의 기억도 있나요? 장크트파울리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갔을 때 ‘웰컴 투 더 리가’라는 느낌으로 부딪쳐 온 선배의 기억이요.
트라우마처럼 정확히 기억나요. 근데 그 선수가 일부러 부딪친 건 아니고, 제가 벽을 느낀 순간이 있어요. 제가 U19 팀에서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1군에 올라갔어요. U19에서는 마음 먹고 부딪치면 몸싸움도 다 이겼거든요. 그런데 1군에 마르텐 할스텐베르크라고 나중에 라이프치히도 가고 독일 국가대표가 되는 선수가 있었는데요. 경합 상황에서 온 힘을 다해서 부딪쳤는데 저는 나가떨어지고 그 선수는 멀쩡한 거예요. 그리고 공을 잡았을 때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면 순식간에 달려와서 태클로 쓸어버려요. 템포가 엄청 빨랐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초반에 공은 잘 찼는데 적응을 못했어요. 지적도 많이 받았죠. 한국 선수들이 수비적으로도 잘하고 더 강하게 해야만 유럽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 한국 유망주들이 공은 잘 차지만, 강도를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네. 조금 더 ‘맨’이 되어야 한다. 나이가 몇살이든 프로에 왔으면 축구적으로 어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여쭤보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포인트를 좀 더 쌓고 싶어요. 욕심을 좀 더 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부분이 제 생각에 제일 보완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이정효 감독님이 떠나신 자리에 이미 함께 해 본 (이)정규 쌤이 오시잖아요. 추구하시는 축구에 맞춰야겠지만,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저도 파괴력을 높여서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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