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생존과 발달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보상과 동기를 조절하고, 집중과 학습, 행동 선택에 관여한다.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며 성취를 느끼는 과정에는 언제나 도파민이 작동한다. 즉, 도파민은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문제는 도파민 그 자체가 아니라, 현대 환경에서 나타나는 ‘과잉 자극’이다. 스마트폰, 게임, 짧은 영상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 강한 도파민 분비를 반복적으로 유도한다. 이로 인해 뇌는 점점 더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고, 일상적인 활동에서는 충분한 만족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이러한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도파민 과잉 상태는 키 성장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호르몬을 억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성장에 필요한 조건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가장 대표적인 경로는 수면이다. 성장호르몬은 밤의 깊은 수면 단계에서 분비되는데, 도파민 자극이 지속되면 뇌의 각성 상태가 유지되어 잠들기 어려워지고 수면의 깊이도 얕아진다. 수면 시간이 줄거나 질이 떨어지면 성장호르몬 분비 환경은 자연스럽게 악화된다.
자율신경의 균형도 영향을 받는다. 도파민 과잉은 교감신경이 우세한 상태를 지속시키기 쉽다. 이 경우 신체는 회복과 성장보다 긴장과 대응에 에너지를 사용한다. 성장은 본질적으로 ‘회복의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성장판의 반응성 역시 떨어질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활동량 감소다.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야외 활동과 신체 활동의 비중은 줄어든다. 이는 성장판 자극의 기회를 감소시키고, 체지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체지방 증가는 성호르몬 환경을 변화시켜 사춘기 진행을 앞당기고 성장판 소모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도파민은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핵심은 차단이 아니라 조절이다. 성장기에는 도파민이 학습과 발달에 필요하기 때문에, 자극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신 밤 시간 자극을 줄이고, 스마트폰 사용의 맥락을 제한하며, 신체 활동과 연결된 보상 경험을 늘리는 방식이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생활 속에서 사용 규칙을 실천하고, 가족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자극을 줄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키 성장은 유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신경계, 호르몬, 수면, 활동이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도파민 과잉 시대에 청소년의 키 성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성장 환경을 다시 설계하려는 사회적·가정적 노력이 필요하다. 도파민을 다루는 방식이 곧 성장의 조건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