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벽두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올 한해 본격적인 외교전을 펼친다.
이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간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찾는 것은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한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주한미군 '사드배치'(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합의했다. 이에 중국은 사드배치에 반발해 한국기업에 경제보복을 하고 '한한령'을 내리는 등 한중관계는 지난 정부까지 얼어붙었고,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 추구로 더욱 악화 일로를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해 10월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만에 국빈 방한을 했고, 이 자리에서 한중정상회담(2025년11월1일)을 개최하며 양국 관계 복원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에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시 주석 초청으로 국빈 방중을 한다. 이 대통령이 올해 첫 순방국가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한중 관계회복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5일 한중정상회담을 갖는다. 양 정상은 지난해 11월 경주APEC 한중정상회담에 이에 두번째 정상회담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중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사태' 이후 얼어붙은 한중관계 전면 복원과 경제·민생협력 및 한반도 평화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실질적인 양국간의 협력의 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2017년 사드 사태로 시작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해제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된 서해구조물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을 모색할 예정이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와 대일 역사인식에 대한 이해도 이번 한중정상회담의 의제다.
또한 핵잠수함 추진과 매우 민감한 '대만'과 관련한 '하나의 중국'에 대한 공감대 확인도 이번 회담에 중요 쟁점이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새해 초부터 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것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중일갈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즉, 중국이 한중 관계 복원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고립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뿐만아니라 미중갈등은 국제사회에 기본 갈등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한중 관계를 개선하면서 한일관계를 관리하고, 미중갈등도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중 정상, 11월 첫 정상회담 후 2개월 만에 재회...4일~7일 방중, 5일 정상회담
[포인트1] 한중경제협력 복원·강화...4대그룹 총수 등 200명 규모 경제사절단 동행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관련 일정과 의미, 기대 성과 등을 설명했다.
이번 방중에는 우리나라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사절단 200명이 함께 한다. 한중간에 경제협력 관계를 복원·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 대통령은 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 일정의 방중 기간을 갖고 5일 시 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중국의 국회의장 격인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경제 사령탑 리창 총리 등과 면담한다.
또, 차기 중국 국가주석 후보로 꼽히는 천지닝 상하이시 당 위원회 서기와 회동도 예정되어 있다.
아울러 한중 벤처 스타트업 서밋 행사 등에 참석한 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문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위 실장은 "이번 방중은 한중 모두에 있어 2026년 첫 국빈 정상외교 일정으로 11월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한 이후 2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우리 정상의 답방이기도 하다"며 "한중 정상이 2개월 간격으로 상대국을 국빈 방문함으로써 새해 첫 정상외교 일정을 함께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로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번 방중을 통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전면적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고, 한중 간의 깊은 우정과 굳건한 신뢰에 기초해 양국 간의 전략 대화 채널을 복원해 한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한중 양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공급망 투자, 디지털 경제, 벤처 스타트업, 환경, 기후 변화, 인적 교류, 관광, 초국가 범죄 대응 등 분야에서 각자가 가진 비교 우위를 살리고 공동 이익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윈윈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2026~2030년 경제협력 공동계획 양해각서(MOU)'를 비롯한 7건의 MOU를 체결했다.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PBOC)은 5년 만기 70조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통해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뒷받침하는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에 관한 MOU'를 각각 체결했다.
이번 방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200여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이끄는 사절단에는 허태수 GS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크래프톤, SM엔터테인먼트, 패션그룹 형지 등 기업 대표들도 사절단으로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희토류 등 중국과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중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협업을 모색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국민의 민생에 대한 실질적 기대도 있고, 한편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이나 양국 기업의 상대국에 대한 투자 촉진, 디지털 경제 및 친환경 산업에 대해서도 경제 협력 성과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2] 한반도 평화...청와대 "한중관계 전면 복원으로 한반도 문제 돌파"
李 대통령, 시진핑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참 제안할 듯
이재명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중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북중 관계가 복원되는 흐름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대외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중국의 군축백서에도 기존에 있던 '북한 비핵화'를 삭제한 상태다.
그럼에도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으로 북중관계가 복원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오는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남북대화 재개 국면에서 중국이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 실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 간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당부할 것"이라고 했다.
[포인트3] 서해 구조물 문제·한한령 등 민감 사안도 논의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서해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 등 민감한 현안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2018년과 2022년, 2024년에 '심해 어업양식 장비'라며 연어 양식시설 및 관리 시설 등을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중심선) 기준 중국 측 수역에 설치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회색지대( 모호한 저강도 도발로 상대국 이익을 잠식하는 것) 전술'이라 정의하고 "골든타임을 놓치면 서해가 남중국해처럼 될 것"이라 우려했다.
위 실장은 서해 문제에 대해선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계기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논의가 있었고, 그 이후 실무 협의가 진행된 바 있다"며 "협의를 바탕으로 진전을 모색하고 있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중 외교당국은 지난달 열린 제11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서해 구조물' 문제를 이미 논의한 상태다. 외교부는 서해 구조물 문제와 관련해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이 우리 측에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 관광 분야의 교류는 활성화되고 있으나 문화 교류는 아직 경색된 상황이다.
위 실장은 한한령과 관련해선 "중국 측 공식 입장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문화 교류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감대를 늘려가며 문제에 접근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엔터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와 게임 기업인 크래프톤이 포함된 만큼 양국의 문화 교류는 이전처럼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포인트4] 핵추진잠수함·대만문제도 쟁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구상과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만 문제도 쟁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방어적 성격의 재래식 기반 잠수함임을 강조했지만 시 주석은 "유의한다"는 원론적 반응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당시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며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내에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핵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호주와의 오커스(AUKUS)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으로 나쁜 선례를 만들었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일부 동맹국에 핵기술과 핵연료 사용을 허용하는 관용은 필연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도 원자력 잠수함 보유 계획을 부각하고 있어 원자력 잠수함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면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가 늘어날수록 핵기술 유출 및 핵사고 위험도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핵추진잠수함과 관련해 중국 내 반발에 대해 위 실장은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북한 잠수함은 핵추진뿐 아니라 핵무기를 장착, 발사하는 형태의 핵잠"이라며 "새로운 안보 환경 변화에 우리가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잘 설명해서 설득하고 납득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압박 가능성도 거론된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31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올바른 입장'을 거론하며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일본이 대만 문제를 고리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우리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길 원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관련 위 실장은 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일관된 입장이 있고 그것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포인트5] 중일갈등의 핵...역사·대만 민감 쟁점
새해 첫 정상외교 韓中 '동상이몽'…李 '실용외교' 中 '일본고립'
中왕이 "日일부세력, 역사 후퇴 시도…韓, 올바른 입장 취해야" 압박
중국이 우리정부에 압박하는 대일 역사문제와 대만문제는 '중일갈등'의 매우 민감한 핵심 사안이다. 한국의 입장에 따라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외교적 위상과 직결된다.
한중 양국이 새해 첫 정상외교로 서로를 선택한 것은 한국과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이 대통령의 연초 순방지는 일본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지난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이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방중 시기는 빨라야 3~4월로 예상됐다.
이는 중국은 통상 3월 최대 연례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정상외교 일정을 잡지 않기 때문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 대통령 입장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외교적 균형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기 위해 중국과 관계 복원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 영화·공연을 금지하는 등 한일령(일본 문화 제한령)을 조치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우려를 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을 가까이 함으로써 일본을 고립시킨다는 계산이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31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올해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라면서 "일본 일부 정치 세력이 역사를 후퇴시키려 시도하고 침략·식민 범죄를 복권하려는 상황을 맞아 한국이 역사와 인민에 책임지는 태도를 갖고, 올바른 입장을 취하며, 국제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특히 중국은 '反일 역사공동체' 전략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 대통령이 백범 김구 선생 150주년을 맞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들를 것임을 언급하며 김구 선생이 '일본 식민 통치에 맞선 투쟁의 중심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중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맞서 싸웠던 한국과의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중근 의사는 중국 다롄의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측은 그간 외교 회담에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중국 측 협조를 요구해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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