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 이창용 총재는 2일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른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가 큰 수준”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물가와 성장, 금융 안정에 복합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올해 역시 통화정책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한국 경제가 정치적 충격과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큰 불확실성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정치적 충격으로 1분기 역성장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대외 통상 갈등이 이어지며 경기 회복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서는 “상반기에는 물가 안정 속에서 성장 둔화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하반기에는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과 환율 변동성 확대로 성장과 금융 안정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 여건에 대해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주요국 통화·재정 정책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으며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령화와 누적된 정부 부채로 주요 선진국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국채시장에서 금융기관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충격 발생 시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우리나라 금리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 제기되는 원화 약세 우려를 놓고는 “연간 200억달러는 최대치일 뿐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한은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결정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물가와 성장 전망에 관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시적 요인이 완화되며 연간 2% 초반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높은 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성장률은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반도체 등 IT 부문을 제외하면 회복세가 약해 ‘K자형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 상승의 구조적 배경으로는 한미 금리·성장률 격차와 함께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며 “연금의 장기 수익률과 거시경제 영향을 함께 고려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관해서는 “성장과 물가, 금융 안정 간 상충이 심화되면서 매 순간 어려운 판단이 요구될 것”이라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기준금리 외 정책 수단도 정교하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지방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은행 대출채권 적격담보 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비은행권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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