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승격, 우승 같은 거창한 표현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차분히 전진하겠다.”
프로축구 K리그2(2부) 수원 삼성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시즌 막판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K리그1(1부) 제주 SK에 밀려 승격이 좌절됐지만, 지난해 12월 24일 신임 사령탑 이정효(50) 감독을 선임하면서 승격 전쟁의 중심에 섰다.
이정효 감독은 K리그1 광주FC에서 시민구단의 한계를 넘어 K리그1 승격,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 대한축구협회(KFA) 코리아컵 준우승까지 이끌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조직적인 전술 운용, 높은 경기 강도로 대표되는 축구 색은 현시점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정효 감독은 2일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차란차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수원 감독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정효 감독을 포함한 7명의 코치진이 이동한만큼, 취재진이 80여 명이 몰렸을 정도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또한 수원은 이 자리에서 2026년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정효 감독은 취임식에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수원에서 저를 선택해 준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며 “취임식에서 구단의 진정성과 존중을 느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구단 직원들이 코치진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준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강우영 대표의 진정성이 있었기에 수원에 올 수 있었다”며 “그만큼 수원이 원하는 목표와 꿈에 부합하는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에서 한솥밥을 먹은 12명의 코치, 이른바 ‘이정효 사단과 함께 수원에 도착했다. 그는 “미래가 불확실했던 시절부터 함께한 분들”이라며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축적된 경험과 시스템이 수원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바라본 수원의 인상에 대해서는 “솔직히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12월 3일과 7일 열린 승강 PO 2경기는 유심히 지켜봤다”며 “실점 이후 경기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마인드와 프로 의식이 제가 추구하는 기준과는 달랐던 부분이 있었다. 이는 소통을 통해 반드시 바꿔야 할 지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훈련 태도, 생활 방식, 팬을 대하는 자세까지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효 감독은 수원행을 결심한 배경으로 구단의 ‘존중’을 꼽았다. 그는 “오늘 행사를 보면 알 수 있듯, 감독 개인보다 코치진까지 존중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비즈니스에서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스포츠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수원이 보여준 예의와 진정성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효 감독은 취임식에 앞서 오전에 선수단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짧게 ‘우리’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골을 넣는 방법도, 실점을 막는 방법도 하나가 돼야 가능하다”며 “아침 인사부터 바꾸자고 했고, 직접 시범도 보였다. 얼굴을 보고 주먹을 맞대는 인사는 서로의 컨디션과 하루를 생각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선 수원 부임 자체를 큰 도전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1부, 2부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수원은 이정효라는 사람과 캐릭터를 원했고, 선입견 없이 바라봤다”며 “명가 재건은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성과가 나오면 투자 역시 따라올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보통의 경우 신임 감독은 취임식 자리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달랐다. 그는 “승격, 우승 같은 거창한 표현보다는 훈련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개인적인 목표를 꼽자면 개막전”이라고 말했다. 이미 준비한 로드맵에 대해서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 차근차근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선수 구성과 영입 기조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정효 감독은 “선수의 좋고 나쁨에 집착하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며 “수원에는 좋은 어린 자원들이 많다. 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경기뿐 아니라 훈련이 더 중요하다. 그에 맞춘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효 감독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광주를 맡았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당시엔 취임식도, 취재진도 없었다. 지금은 관심이 크다”며 “이 집중을 선수들에게 어떻게 돌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팬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부담감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수원은 팬 규모가 크고 열정적이다. 이 에너지를 팀의 힘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제가 해왔던 축구를 그대로 구현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그 과정에서 박진감 있는 축구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효 감독은 그간 많은 독설과 어록으로 화제에 올랐다. 지금 생각나는 어록이 있냐고 묻자 그는 “아내가 인터뷰 실수할까 봐 하는 말이 있다. ‘이청득심(듣는 것으로 마음을 얻는다)’이라는 말이다.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다. 인생에 밝은 빛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이정효 감독은 “축구 외적인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오롯이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질타와 응원 모두 필요하다. 팬들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아 에너지를 얻어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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