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5세대 전투기인 F-35가 독주 체제를 굳히는 가운데, 4.5세대 전투기인 라팔과 유로파이터도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개발을 마무리할 KF-21이 향후 글로벌 전투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전투기 시장, 미국·유럽산 전투기 강세
2일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F-35는 지난 2006년 첫 기체 출고 이후 1200대 이상 인도되면서 오늘날 세계 전투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임스 테이클릿 록히드마틴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연간 200대 생산 목표를 제시하며 “연간 근무일 수 기준으로, 사실상 하루에 전투기 1대를 생산하게 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수준 잔량 규모도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F-35는 3개 기종(F-35A/B/C)을 기반으로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수출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영국·이탈리아·노르웨이·네덜란드·폴란드·핀란드·독일 등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재 유럽 국가들이 추진 중인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과 별개로 사실상 유럽 공군의 표준 전투기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비해 유럽산인 라팔과 유로파이터 전투기는 본격 양산 후 한동안 수출이 부진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수출이 늘기 시작했다. 이 중 라팔은 2020년 기준, 프랑스 공군이 주문한 42대를 비롯해 이집트 55대, 카타르 36대, 인도 36대, 그리스 12대, 아랍에미리트(UAE) 80대 등 총 261대였다. 이후 크로아티아 12대, 인도네시아 42대, 세르비아 12대 등이 더해져 지난해 말 기준 확정 주문이 533대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라팔은 인도에서 약 87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로 알려진 다목적 전투기(MMRCA) 사업의 최종 기종으로 선정된 이후,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외교 지원과 패키지형 기술이전·산업협력 조건을 내세워 수출 저변을 넓혀 나가고 있다.
유로파이터는 2000년대 초 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 공군에 초도 인도된 이후, 사우디·오스트리아·오만·쿠웨이트·카타르 등으로 수출되며 600여대 이상이 전력화됐다. 최근에는 독일이 노후 기체를 교차하기 위해 38대의 최근 사양을 발주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20대를 추가로 계약했다. 아울러 스페인도 45대 도입을 확정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로파이터 누적 주문은 약 770대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4.5세대 이상급으로 설계된 KF-21은 5세대 전투기와 기존 4.5세대 전투기 사이에 위치한 기종으로 평가된다. 일부 시장 분석에서는 KF-21의 대당 획득 단가가 F-35A보다는 낮고, F-16 개량형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한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기에는 예산 부담이 크지만, 노후 전투기 대체와 전력 공백 해소가 시급한 국가들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KF-21의 잠재 수요국으로 △5세대 전투기 도입을 검토했으나 예산·정치적 부담이 큰 국가 △F-16, 미그-29 등 노후 기체 교체가 필요한 국가 △미국·러시아·유럽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국가 △공동개발·기술이전·현지 생산 등 산업 협력을 중시하는 국가들을 꼽는다. 단순한 기체 성능 경쟁이 아니라, 도입 이후 운용과 산업 협력까지 포함한 조건 경쟁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공군 수뇌부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KF-21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시험 비행에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 외에도 중동과 동유럽,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KF-21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 전력화 이후가 관건…수출 경쟁력 시험대
대신 KF-21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KF-21에는 미국산 엔진과 핵심 센서, 일부 무장이 탑재돼 있어 제3국 수출 시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적용을 받는다. 수출 대상국과 무장 구성에 따라 승인 절차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F-35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중심으로 유럽 공군의 사실상 표준 전투기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유럽 내 신규 시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라팔과 유로파이터 역시 각국 자국 산업을 기반으로 후속 업그레이드와 부품 공급을 장기 패키지로 제시하며 기존 고객을 묶어두고 있다. 후발주자인 KF-21이 경쟁해야 할 구조가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투기들의 시장 진입 확대도 변수로 거론된다. JF-17 등 중국·파키스탄 공동개발 기종은 성능 대비 가격을 무기로 일부 신흥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가격 경쟁형 전투기 시장은 KF-21이 직접 겨냥하는 영역이라기보다, 전투기 시장이 성능·가격·정치적 조건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KF-21이 초도 양산과 전력화를 거치며 실제 운용 데이터가 축적될 경우, 2030년대 중반까지 F-16·F/A-18 계열 대체 수요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 후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가동률과 정비 비용, 운용 편의성 등 전력화 이후 지표가 공개될수록 시장 평가도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KF-21이 F-35와 라팔, 유로파이터 사이에서 실질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력화 이후의 성과가 관건으로 꼽힌다. 시험 성능이 아니라 실제 운용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유지 비용, 성능개량과 무장 통합 로드맵을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지가 향후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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