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징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파벨 두로프(41·사진).
그는 1984년 옛 소련 시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 토리노로 건너갔다.
이탈리아어와 페르시아어 등 무려 9개국어나 구사할 수 있게 된 그는 2001년 러시아로 돌아와 2006년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을 졸업했다.
그가 페이스북의 성공을 접한 것은 대학 재학 당시다. 그는 2006년 9월 형 니콜라이와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프콘탁테(VK)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법인을 설립했다. VK는 대박을 터뜨려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고 불릴 만큼 러시아 최대 규모의 소셜 업체로 발전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두로프가 형과 함께 암호화 메시징 서비스 텔레그램을 공동 창업한 것은 2013년이다.
그러다 2014년 4월 러시아 정부가 VK에 유로마이단 혁명(2013년 11월 21일~2014년 2월 22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혁명) 참가자의 개인정보 제공 및 반정부 인사들의 VK 페이지 삭제를 요구하자 두로프는 정부 공문 폭로 직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독일로 망명했다.
그는 망명 이후 기존에 개발했던 텔레그램을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두로프의 자산 가치는 171억달러(약 24조6700억원)다. 그의 재산 대부분은 텔레그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3월 현재 텔레그램 사용자 수는 10억명을 돌파했다.
2024년은 텔레그램에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두로프는 지난해 6월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르푸앵과 인터뷰하면서 "텔레그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며 "외부 주주가 없어 외부의 간섭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VK 지분 매각으로 2억달러 넘게 얻은 돈 거의 전부를 텔레그램에 쏟아부었다.
2018년 그가 러시아 당국의 사용자 데이터 접근 요구를 거부하자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금지되고 말았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허용됐다.
두로프는 또 2002년에 '프래그먼트'라는 암호화폐 지갑을 출시하기도 했다.
자기를 포함해 겨우 5명이 5주만에 완성한 프래그먼트 출시 이후 한 달도 안 돼 사용자 이름은 약 5000만달러어치나 팔렸다.
현재 두로프는 텔레그램의 운영 거점이 있는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7년 두바이로 이주한 그는 텔레그램 본사도 독일 베를린에서 두바이로 옮겼다.
2017년 12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두로프는 개인 소득세도 없는 두바이가 "돈을 사회에 이롭게 사용할 수 있는 더 나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2월 아랍에미리트 시민권을 취득하고 같은 해 8월에는 프랑스 시민으로 귀화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가끔 요트 사진을 올렸다. 2016년 이탈리아 해안에 정박한 뤼르센 요트의 갑판에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뤼르센 요트 가격은 적어도 500만달러에서 최대 1억880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두로프는 사진 속 요트가 자기 소유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2022년 자신의 공식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글에서는 개인 제트기, 요트, 자동차, 주택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다며 자신은 "대다수 억만장자들과 다르다"고 썼다.
두로프는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해 "문화적 삶이 제한적"이라고 평한 바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로 이주하고 싶지 않다며 "살거나 비즈니스를 운영하기에 미국이 최고의 장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지 프로그래머들의 몸값이 비싸고 외부의 제안과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유입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곤 한다"는 이유에서다.
두로프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르푸앵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가 "전례 없는 기술 가속의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의 경우 AI 적응이 자연스럽겠지만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가혹한 전환이 될 것"이라며 "일부 직업은 사라지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직업이 생겨 이를 보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보안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텔레그램은 이슬람국가(ISIS) 같은 테러 조직이 선호하는 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로프는 특정 집단 억제용으로 앱 접근을 제한하거나 콘텐츠를 검열하는 일에 대해 줄곧 거부해왔다.
두로프는 2016년 2월 CNN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만 제외하고 모두에게 안전한 메시징 기술을 만들 순 없다"며 "보안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고 말했다.
2024년 8월 24일 프랑스 당국이 텔레그램 내 범죄 활동 수사와 관련해 파리 인근에서 그를 체포했다.
텔레그램이 자금 세탁, 마약 거래, 미성년자 대상 범죄 등 여러 범죄에 사용됐다는 이유에서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게시물에 "기술을 만든다는 게 본래 매우 어렵다"면서 "자신이 만든 도구가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어떤 혁신가도 새로운 도구를 만들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텔레그램이 무정부 천국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텔레그램이 날마다 수백만개의 게시물과 채널을 삭제하고 있는데다 범죄 활동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절차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사용자 데이터 정책 변경을 발표했다. 사용자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 규칙을 위반한 사람들의 IP 주소 및 전화번호와 관련해 "유효한 법적 요청이 있을 경우 당국에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 체포 이후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에게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두바이로 제한적인 여행이 허용됐다.
AFP통신은 지난해 11월 두로프가 수사에 전면 협조했다는 이유로 당국이 출국 금지 조치를 완전히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보석금 500만유로(약 84억8000만원)를 내는 조건으로 석방된 상태다.
두로프는 지난해 6월 르푸앵 인터뷰에서 자녀들의 상속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자녀들 사이에 어떤 차별도 두지 않을 것"이라며 "자연적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있고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텔레그램 게시물에 "건강한 정자의 부족이 세계적으로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를 완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쓰기도 했다.
"그들 모두 내 아이들이며 모두 같은 권리를 가질 것"이라면서 "내가 죽은 뒤 서로 다투는 일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자녀들이 앞으로 약 30년 동안 상속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후 30년까지 내 재산에 접근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근면의 가치를 배우길 원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두로프는 지난해 7월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여러 차례의 정자 기증 결과 12개국에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자녀를 두게 됐다고 공개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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