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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공채 8기로 여행업계에 입문해 부킹닷컴 한국 1호 직원, 익스피디아, 여기어때 등 글로벌·국내 OTA 플랫폼을 두루 거친 이승용 지사장이 지난 해 8월 미키트래블 코리아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첨단 기술과 데이터로 무장한 플랫폼 영역에서 전통적인 공급자(DMC) 영역으로의 이동. 외형상으론 퇴보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선택 뒤엔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고 싶었다"는 그의 솔직한 자기 진단이 있었다.
"플랫폼은 시스템과 플랫폼에 의해 비즈니스가 운영됩니다. 의사결정 포지션에 있어도 실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어요.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꾀할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었죠."
미키트래블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용 지사장은 OTA와 DMC의 차이를 ‘데이터 드리븐 vs 사람 중심’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OTA는 숫자로 포장된 얘기가 아니면 회의 자체가 안 됩니다. 반면 DMC는 데이터는 작은 부분이고 서사가 더 많죠. 이런 사람들이 이런 요구를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맞춰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플렉시빌리티((flexibility, 유연성)가 훨씬 큽니다."
AI 4시간 견적, FIT 시장 공략 핵심 무기로
이 지사장이 미키트래블 코리아에 부임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미키 플러스(Miki Plus)' 시스템이다. AI 기반으로 최소 2~9인 FIT 여행 일정과 견적을 4시간 이내에 산출해주는 B2B 전용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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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담당자가 고객의 요청사항을 관리자 페이지에 입력하면, AI가 추가 정보를 피드백하고 5시간 이내에 상품과 일정표를 생성합니다. 기존 단체여행 패키지보다는 나만의 개별여행 수요를 가진 고객에게 직접 소구할 수 있는 영역이죠."
최근에는 하나투어 유럽사업부 부사장과 IT팀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 팀이 직접 시연회를 진행했다. 송민선 하나투어 대표가 FIT 전략에 방점을 찍은 만큼,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이 지사장은 "채팅 GPT를 활용한다고 들었다"며 "내년 1분기에는 실질적인 예약 발생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키 플러스의 차별점은 무조건 두 가지 이상의 항목을 결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호텔+차량, 호텔+식당 등 복합상품만 가능하다. "B2C에 노출되는 AI는 대부분 '강아지랑 갈 수 있는 강남 호텔' 같은 단품 추천이죠. 우리는 두 개 이상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패키지지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맞춤형 상품이에요."
DART 리포트부터 뉴스레터까지... "가치 제공하는 DMC 되겠다"
OTA 출신답게 이 지사장은 단순 상품 공급을 넘어 파트너사에 '가치'를 제공하는 전략을 강조한다. "익스피디아는 하나투어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온라인 광고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MZ세대 구매 패턴, 전 세계 젠지 트렌드 같은 인사이트 리포트를 보내줍니다. 담당자 입장에선 내부 보고하기 너무 좋은 자료죠. 이런 걸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라고 하는데, 지속적으로 가치를 전달해 의존도를 높이는 겁니다."그는 내년 초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주요 여행사와 항공사의 실적 및 재무제표를 분석한 리포트를 파트너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파트너사들이 자사와 타사의 수치 기반 비즈니스 현황을 우리를 통해 받아볼 수 있습니다. KPMG 회계법인의 산업 보고서를 접목해 내년 트렌드 전망까지 담을 예정이에요."
뉴스레터를 통한 프로모션, 유럽 현지 상황 공유, 미키트래블 주최 로드쇼를 통한 유럽 관광청·호텔·차량업체와의 교류 주선도 파트너 접점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신규 파트너 발굴을 위한 파이프라인 관리도 체계화했다. "세일즈포스 같은 툴은 아니지만 자체 문서 양식으로 Business leads → Business opportunity → Prospecting → Conversion 흐름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중소여행사, 랜드사 한 번 잘못 만나면 손님 다 잃어"
이 지사장이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중소 여행사다. 현재 미키트래블 매출 구성은 패키지 80%, MICE·기획여행 20%인데, 후자의 성장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다. "중소여행사들의 주력은 일반 패키지가 아니라 기획성 상품과 FIT입니다. 그리고 항공을 제외한 지상 상품의 핵심은 '호텔'이죠. 미키트래블은 유럽 대부분 호텔과 직계약을 보유하고 있고, 직계약이 안 된 호텔도 예약 가능한 확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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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컬 DMC의 고질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중소 여행사 사장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정표와 다른 식사가 나왔다는 불만이 제일 많아요. 스테이크 나온다더니 생선가스가 나온다거나, 사진에는 800g인데 실제론 200g이 나오는 식이죠. 한국 사람들은 음식 모자란 거 못 참잖아요. 한 번 잘못하면 그동안 거래했던 손님을 한 번에 다 잃습니다."
미키트래블은 글로벌 정책상 이런 문제를 원천 차단한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일정표와 실제 메뉴를 다르게 하거나 양을 줄이는 건 허용하지 않습니다. 중소 여행사는 고객 불만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런 차별화가 중요합니다."
유럽 전역에 현지 사무소(NWO, Network Office)를 보유한 것도 강점이다. "의사 단체가 유럽 의료학회 방문을 원하거나, 농업 시찰단이 북유럽 저탄소·유기농 시설을 보고 싶을 때, 현지 뿌리가 없으면 수배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현지 네트워킹을 통해 이런 까다로운 요구도 소화할 수 있죠."
2026년 목표 매출 1.5배... 영국 트레킹 신상품 주목
이 지사장은 2026년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올해 대비 매출 1.5배 성장이 목표입니다. 파트너 미팅 횟수, 파트너 숫자, 견적 진행 건수 등 모든 정량 수치에서 최소 5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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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키트래블 코리아는 전년 대비 약 5% 성장에 그쳤다. 이 지사장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라면서도 "이제 리빌딩이 마무리되어가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는 조직 이탈이 많았다. 전임 지사장이 4월 퇴사하며 3명을 데려갔고, 이 지사장 부임 후에도 3명이 추가로 퇴사했다. "거래처 입장에선 담당자가 갑자기 바뀌면서 컴플레인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팀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2024년 12월 대비 2025년 12월 파이프라인 매출 금액이 200% 이상 증가했습니다. 내년은 '일단 뛰는 게 전략'입니다. 전략을 짜고 머리를 쓰기보다는 볼륨 확대에 집중할 겁니다."
그가 내년 주목하는 상품은 의외로 '영국 트레킹'이다. "유럽 여행 하면 스위스, 프랑스, 독일이나 저렴한 동유럽을 많이 가는데, 영국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돼 있어요. 하지만 트레킹 콘텐츠가 풍부하고 이탈리아 돌로미티 못지않게 예쁜 산이 많습니다. 위스키 체험 같은 프로그램도 결합할 수 있고요."
최근 주요 클라이언트들과 미팅에서 영국 트레킹 상품을 제안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은 빼고 호텔과 이동만 제공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초개인화 트렌드와도 잘 맞아 떨어지죠."
"싱크 글로벌, 액트 로컬...DMC는 '을' 아니다"
이 지사장이 지향하는 조직상은 명확하다. "신속 정확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글로벌 회사지만 로컬에서 일하기 편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부킹닷컴이나 익스피디아는 한국 지사인데도 너무 글로벌 방식을 고집했어요. 매뉴얼도 영어만 있고요. 클라이언트들이 너무 불편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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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Think Global, Act Local'을 강조한다. "글로벌 회사지만 한국 파트너들과 비즈니스할 때는 이들에게 맞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그가 바꾸고 싶은 건 DMC에 대한 업계 인식이다. "한국에서 로컬 DMC는 스스로 '을'을 자처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행사에서 랜드사를 하대하고 무시하는 일도 많고요. 하지만 글로벌 DMC는 다릅니다. 유럽 쪽 글로벌 DMC는 전 세계에 미키트래블과 소울(Sou) 딱 두 곳뿐이에요. 희소성도 있고 역량도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직원들에게도 "우리는 그런 포지션을 받아들이는 회사가 아니다. 글로벌 회사고 자신 있게 다니라"고 강조한다. 그가 원하는 인재상도 "이런 부분을 잘 담당해줄 수 있는 강단 있는 사람"이다.
2026년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 전망에 대해 그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6~2.1%로 미국 관세 영향이 있지만, 추경과 반도체 수출 호조로 민간소비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못 나갔던 분들이 내년엔 여행을 갈 것이고, 특히 유럽·미주 같은 장거리는 그룹 투어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아웃바운드 여행 시장의 키워드는 '초개인화', 'AI 기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속가능한 여행'입니다. 새롭고 차별화된 유럽 장거리 여행 수요는 올해보다 늘어날 겁니다."
67년 역사의 글로벌 DMC에 OTA 출신 지사장이 불어넣는 변화. 데이터와 사람, 시스템과 서사를 접목한 그의 실험이 2026년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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