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토포하우스는 김중만 사진전 ‘STREET OF BROKEN HEART(2008–2017)’를 오는 1월 3일부터 2월 1일까지 제2·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08년부터 약 9년에 걸쳐 촬영한 ‘상처 난 거리’ 연작을 중심으로, 도시 속 자연과 존재의 고통을 응시해온 김중만 사진 세계의 깊이를 조명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서울 한복판, 작가의 작업실로 향하는 이름 없는 뚝방길에서 촬영한 나무 사진들이다. 태풍과 인간의 개입으로 상처 입고 변형된 나무들은 계절의 흐름 속에서 쓰러지고, 회복하고, 다시 견뎌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김중만은 이 거리의 나무들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바라보며, 오랜 시간 침묵과 기다림 끝에 카메라를 들었다.
작가는 나무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고, 그 대답을 듣기까지 무려 4년 동안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9년간 이어졌고, 수천 장의 흑백 이미지로 기록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결과물이 대형 한지에 흑백으로 인화돼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김중만의 ‘상처 난 거리’ 연작은 상처를 고발하거나 드러내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괴된 흔적을 품은 채 묵묵히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화면 가득 세로 구도로 담긴 나무들은 인물 사진을 연상시키며, 도시 속에서 인간의 초상처럼 읽힌다. 작가는 풍경 사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평 구도를 벗어나 수직 프레임을 선택함으로써, 나무를 하나의 개별적 존재로 부각시킨다.
사진 속에는 종종 검은 새가 등장한다. 프레임 바깥으로 날아오르거나 가지에 머무는 새의 형상은 명확한 의미를 규정하지 않은 채, 불안과 질문의 상징으로 화면에 긴장을 더한다. 이 요소들은 여백과 명암, 선의 리듬과 어우러지며 고요하지만 깊은 사색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김중만은 상업사진과 순수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진의 대중화와 예술적 확장을 동시에 이끌어 온 작가다. 패션 사진가로 큰 명성을 얻었지만, 꽃과 동물, 인물, 풍경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을 구축해왔다. 특히 2010년대 이후에는 한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에 주목하며 사진을 통해 한국적 정신성과 미감을 탐구했다.
이번 전시는 2005~2006년 토포하우스에서 열린 ‘김점선+김중만’ 전시 이후 약 20년 만에 다시 맺는 인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는 “사진에 평생을 바친 김중만 작가의 깊은 사유와 고독한 시선을 다시 마주하는 자리”라며 “그리운 두 작가에게 이 전시를 바친다”고 밝혔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