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의 메타(Meta)가 인공지능(AI) 시장의 판도를 바꿀 승부수를 던졌다. 메타는 최근 중국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를 20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 이상의 거액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글로벌 기술 업계에서 성사된 AI 관련 인수합병 중 가장 눈에 띄는 대형 계약으로 꼽힌다.
주목받는 '범용 AI 에이전트'의 선두주자 지난 3월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마누스는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범용 AI 에이전트' 개발에 특화된 기업이다. 단순한 텍스트 답변을 넘어 이력서 스크리닝, 주식 분석, 코딩, 데이터 조사 등 복잡한 과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다.
중국계 AI 스튜디오인 '버터플라이 이펙트(Butterfly Effect)'에서 탄생한 마누스는 최근 웹 브라우저를 직접 제어하며 디자인 작업이나 슬라이드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해 왔다. 메타 측은 인수 발표 당시 "마누스의 기술력을 자사 앱과 서비스 전반에 이식해 범용 AI 에이전트의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마누스의 성장 속도는 가히 위협적이다. 지난 4월 벤치마크(Benchmark)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 가치는 약 5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불과 몇 달 만에 4배 이상 몸값을 높였다. 현재 마누스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1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사용료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 런레이트(Run rate)는 1억 2,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 단계에서 해당 도구를 테스트한 결과, 야심 찬 목표에 비해 실행력이 고르지 못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목격되기도 했다. 메타가 이 기술을 상용 서비스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마누스의 핵심 인력들은 중국 테크계의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창업자인 샤오 홍(Xiao Hong)은 위챗 기반 생산성 도구로 수백만 사용자를 모았던 연쇄 창업가이며, 공동 창업자인 지 이차오(Ji Yichao)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35세 미만 혁신가'에 이름을 올린 천재 엔지니어다. 여기에 바이트댄스 글로벌 제품 총괄 출신인 장 타오(Zhang Tao)가 합류하며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문제는 이들의 태생적 배경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였다. 미국 내에서는 마누스의 중국 연결고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존 코닌 상원의원 등 미 정치권에서는 미국 자본이 중국 관련 AI 기업에 유입되는 것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제기해 왔다.
이를 의식한 듯 메타는 이번 인수와 동시에 마누스의 '중국 절연'을 공식화했다. 메타 대변인은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마누스 내의 모든 중국측 지분은 정리될 것이며, 중국 내 서비스와 운영도 전면 중단된다"고 밝혔다. 기존 인기 서비스였던 AI 비서 '모니카(Monica)' 역시 폐쇄되며 관련 인력은 모두 싱가포르 등 해외 거점으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인수 이후에도 마누스는 싱가포르 본사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구독 서비스를 유지할 계획이다. 샤오 홍 대표는 메타의 부사장직을 맡아 기술 통합을 이끈다. 메타 입장에서는 마누스의 강력한 유료 사용자 기반을 흡수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글이나 오픈AI와의 에이전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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