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양육 책임을 외면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육비를 장기간 지급하지 않거나 학대 범죄를 저지른 부모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상속권이 박탈될 수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한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이 전날부터 시행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21·22대 국회에서 잇달아 발의하며 장기간 추진해 온 법안이다.
‘구하라법’은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가 미성년자였을 때 △부양 의무를 심각하게 저버리거나 △자녀 또는 그 배우자·자녀에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또는 매우 부당한 대우를 했을 시 그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공정증서 유언을 통해 피상속인이 상속권 박탈 의사를 명시한 경우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유언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공동상속인이 해당 사유를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 사유의 경중과 발생 경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 및 형성 과정 등을 종합해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해당 법안은 2019년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사례에서 출발했다. 어린 시절 양육을 포기하고 장기간 연락이 끊겼던 구씨의 친모가 사망 이후 상속재산을 요구하면서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도 기계적으로 상속권이 인정되는 현행 민법의 한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듬해 구하라의 친오빠는 구호인씨는 20여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모가 사망 이후 상속을 요구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법안의 입법을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제안했다. 해당 청원은 부양의무를 현저히 저버린 직계존속과 비속을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하자는 내용을 담았고 게시 사흘 만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그럼에도 20대, 21대 국회에서는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그 이후로도 유족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국민동의청원에 따라 입법 논의가 이어져왔다. 이후 법무부가 2022년 6월 관련 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고 약 2년 만에 법안소위를 통과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됐다.
앞서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 역시 “고인에게 패륜을 저지르거나 학대한 가족에게까지 무조건 재산을 상속해 주는 제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관련 내용을 담은 민법이 개정됐고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가 신설됐다. 부양·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구하라법의 시행일은 2026년 1월 1일이지만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례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 가능하다.
구하라법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가족관계에서의 책임성과 상속의 정의를 바로 세운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반복적인 방임·학대 등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유형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부양 의무를 일부만 이행한 경우 등 적용 기준이 불분명한 사례는 향후 판례를 통해 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법안을 추친해 온 서영교 의원은 “구하라법은 낳았다는 이유가 아니라 함께 살며 책임을 다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며 “하늘에 있는 구하라 씨를 비롯해 선원 김종안씨, 공무원 강한얼씨 그리고 같은 아픔을 겪어온 수많은 유가족들에게 이 법을 바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