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부터 전기차(EV) 배터리 시장 둔화로 인한 타격 만회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국내 2차전지 시장을 관통하는 주요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 수요에 힘입어 성장이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수익성 한계·정책 불확실성 등 여러 변수를 품고 있다. K-배터리 3사의 ESS 집중 전략이 장기적으로 실질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 시선이 모이고 있다.
K-배터리 3사는 미국 정부 전기차 보조금 축소, 글로벌 수요 조정 등 여파로 관련 사업 성장세가 완만해지자 ESS 시장을 대안으로 낙점한 모양새다. 특히 ESS 분야에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반 보조금 수령이 가능한 점, 북미 전력망 연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 등이 전략 전환 근거로 꼽힌다.
다만 아직까지 낮은 단가, 기술 안정성, 인증 요건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는 다른 결의 위험을 동반한단 평가다.
ESS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24일 2조86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오하이오주 합작법인(JV) 배터리 공장 자산을 혼다 계열사로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달 26일 미국 배터리 팩 업체 FBPS와 체결한 3조9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도 상호 합의하에 해지했다.
회사는 이보다 앞선 11월에는 포드와의 약 9조6000억원 공급 계약을 해지, 미국 EV 시장에서의 대형 계약이 줄줄이 무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라며 수익성 중심 구조 개편을 강조했으나 지난해 하반기에만 13조원이 넘는 계약이 해지되며 매출 전망도 불확실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ESS 분야로 방향타를 틀며 ‘리스크 분산’ 전략을 내세웠다. 북미 중심 ESS 수주 확대, 리튬인산철(LFP) 기반 제품 라인업 보강, IRA 보조금 적용 확대 등을 통해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편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준비 중이다. 또한 이후 전력망용 배터리 수요 증가에 맞춰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삼성SDI도 고안전·고출력 기반 ESS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산업용 B2B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에너지밀도 니켈 함량 셀과 열폭주 방지 기술(PRiMX)을 기반으로 북미 및 유럽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며 안정성과 수명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다만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낮고 ESS 매출 기여도가 제한적인 만큼 사업 확대 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 2025년 3분기 삼성SDI는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악화되며 591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중심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온은 배터리 3사 중 가장 늦게 ESS 시장에 진입했지만 최근 북미 전력망 연계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용 하이니켈 배터리를 ESS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 유연성, 포드·현대차와의 합작법인 구조 등을 바탕에 둔 생산 전환 효율성이 장점이다.
다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ESS 시장에서도 가격·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3사 ESS 진출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면서도 이를 통한 실질적 수익성 확보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ESS는 B2B 중심 낮은 단가, 인증 기준 강화, 긴 회수 주기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보다 마진이 비교적 낮다. 중국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등과의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에는 CATL이 나트륨이온·LFP 기반 ESS 배터리를 양산, 단가를 낮추고 있다. 유럽·미국 등도 자국 기업 중심 공급망을 선호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추세다.
IRA 보조금 적용 역시 변수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광물 원산지, 현지 생산 요건 등 까다로운 기준이 있지만 ESS는 그 적용 여부가 모호하거나 제한적이라 정책 측면 기대 효과는 오히려 불투명하다.
ESS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성장 기대감만으로는 실질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아울러 기술 차별화·현지화 전략 등 입체적 접근이 없을 경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침체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단 경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전력망 연계, 긴 주기의 충·방전, 높은 안전 설계 기준 등 기존 전기차 배터리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 부진을 대체할 탈출구로 보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전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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