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청 인근 거리서 '블록파티'…지지자들, 취임식 영상보며 환호
이슬람 성직자가 대표 기도…맘다니, 쿠란에 손 얹고 취임선서
일부 시위대 인근서 항의 시위…맘다니 연설도중 경적 소음 내기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34) 미국 뉴욕시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블록파티'(지역 주민들이 주로 거리에서 여는 대규모 파티)가 열린 뉴욕시청 옆 브로드웨이 거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뉴욕시민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취임 블록파티 행사장은 뉴욕시청 청사에서 브로드웨이를 따라 7개 블록에 걸쳐 조성됐다.
진입로 개방 시간인 오전 11시(이하 미 동부시간) 진입통로가 마련된 리버티스트리트는 보안 검색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모습이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맘다니 시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고, 일부 자원봉사자는 맘다니 이름이 적힌 노란색 바탕의 배지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날씨 앱을 켜보니 뉴욕시 기온이 영하 4도, 체감온도가 영하 12도라고 나왔다. 강한 바람이 분다고 예보됐는데, 인근에 높은 빌딩이 많아서 그런지 바람이 더 거셌다.
사람들은 저마다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했다. 맘다니 이름이 적힌 털모자와 목도리도 많이 보였다.
코끝이 빨개질 정도로 추웠지만 대부분 표정만큼은 즐거워 보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들뜬 분위기로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군중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이들도 있었고, 지인에게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주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매리언 쇼틀(71)씨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보행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친구와 함께 오전 9시 30분에 도착했다고 했다. 고령임에도 매우 활기 있고 밝은 표정이었다.
쇼틀씨는 맘다니의 뉴욕시장 취임에 대해 "이것이야말로 뉴욕시에 있어 진정한 터닝 포인트(전환점)일 것"이라며 "그는 젊고 활기가 넘친다. 이제 늘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에서 벗어나 변화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 블록파티는 인근 뉴욕시청 청사 앞에서 진행되는 맘다니의 시장 취임행사 장면을 함께 지켜보기 위해 마련됐다.
블록파티 구역에선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가 곳곳에 설치돼 실시간으로 행사 장면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진입구가 설치된 구역을 제외하고서는 블록파티 행사장인 브로드웨이로 통하는 거리는 경찰차와 트럭, 바리케이드로 진입이 철저하게 차단됐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 파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피커에서는 큰 소리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음악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참가자 숫자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행사에 앞서 이날 약 4만 명이 모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취임식 개회사는 맘다니 시장이 속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의 젊은 리더로 주목받아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이 맡았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맘다니의 시장 취임에 대해 "뉴욕시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며 "유권자들이 소수를 위한 전리품보다 다수를 위한 번영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 성직자(이맘)인 칼리드 라티프 뉴욕시 이슬람센터 사무총장이 뉴욕시의 다른 종교 지도자 4명과 함께 연단에 올라 대표로 기도했다.
그는 "리더십이란 권력에 관한 게 아니라 어려움에 부닥치고 무시당한 이들에 가까워지는 것임을 그에게 상기시켜 주소서"라고 말했다.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기도하는 동안 대다수 참석자도 고개를 다소 숙인 채 기도문을 경청했고, 그가 '아멘'으로 기도를 마치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맘다니 시장의 취임 선서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진영의 좌장 격인 버니 샌더스(버몬트·무소속) 연방 상원의원이 주재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뉴욕시민을 향해 "당신들은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적 격변을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샌더스 의원이 선서 행사 시작을 알리자 관중들은 일제히 맘다니의 이름인 '조란, 조란'을 외치며 환호했다.
맘다니는 샌더스 의원의 주재 아래 조모의 쿠란(이슬람 경전)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펴든 채 취임 선서를 했다.
샌더스 의원이 주재한 선서는 상징적인 행사로, 맘다니 시장은 이날 오후 공개행사에 앞서 0시 1분 현재는 폐쇄된 옛 뉴욕시청역 역사 계단에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부 장관의 주재 공식 임기 개시를 알리는 취임 선서를 했다.
자정 취임선서에서는 뉴욕공공도서관이 소장한 아프리카계 작가 겸 역사가인 아투로 숌버그의 쿠란과 맘다니 시장의 조부가 사용하던 쿠란이 선서용으로 사용됐다.
뉴욕공공도서관의 앤서니 막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뉴욕도서관 소장 쿠란이 취임선서에 사용됐음을 알리면서 "이는 우리 도시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의미한다"며 "숌버그가 사용한 이 코란은 포용과 대표성, 시민 정신에 관한 더 큰 이야기를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맘다니는 이날 행사에서 "친애하는 뉴욕시민 여러분, 오늘로 새로운 시대가 시작했다"라고 취임사를 시작했고, 블록파티 참석자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그는 "의견이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나는 여러분을 보호하고, 여러분과 함께 축하하고, 애도할 것이며 단 1초도 여러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블록파티를 찾은 수지 오브라이언씨는 "맘다니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그의 메시지는 뉴욕시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 나라 전체에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反) 맘다니 진영의 우려에 대해선 "일부 유대인 커뮤니티의 우려는 그가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진실을 얘기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보면 맘다니는 매우 광범위한 유대계 연합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시청 행사장 인근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맘다니 시장의 취임 연설 도중에는 자동차 경적과 같은 소음이 한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연설 도중 소음이 한 시위자가 낸 것이라고 전했다.
34세로 역대 최연소 뉴욕시장인 맘다니는 민족·종교적으로 인도계 무슬림이며, 정치적으로는 확고한 진보 성향이다.
그동안 공화당이나 재계에서는 맘다니의 진보 정책공약을 두고 '좌파 포퓰리즘'으로 칭하는 등 강한 비판을 해왔다.
유대계 커뮤니티에서는 맘다니가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인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 우려를 지속해 제기해왔다.
민주당 주류 세력인 중도파에서조차 그의 정책이 급진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실제로 뉴욕시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원내대표는 맘다니와 지속해서 거리를 두며 이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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