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는 정년 연장을 반대하며 기성세대와 대립할 것이라는 통념이 깨졌다. 노후 고용 불안을 체감하는 청년 대다수가 정년 연장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고용 구조를 유지한 채 나이만 늘리는 방식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유연한 제도 설계'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청년 정책 정보 플랫폼 '열고닫기'가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청년 2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정년 연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청년층이 정년 연장을 단순히 기성세대의 기득권 유지로 보지 않고, 본인들의 미래와 직결된 생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정년 연장에 찬성하면서도 그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9%가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에 동의했다. 구체적인 부작용으로는 승진 지연(45%)과 채용 감소(45%)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임금 정체(42%)가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정년 연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노후 안전망 확보라는 거시적 방향에는 동의하기 때문이지, 현재의 경직된 고용 시장 질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윗세대가 오래 머무름으로써 발생하는 신규 채용 위축과 조직 정체 현상을 해결할 장치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단순 연장보다 '직무별 차등'과 '재고용' 선호 대안에 대한 선호도에서는 청년들의 실용적인 태도가 두드러졌다. 가장 바람직한 정년 제도로 '직무·직종별 차등 정년'(32%)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년 나이 자체를 늘리는 방식(25%)과 은퇴 후 재고용 또는 계약직 전환(22%)이 뒤를 이었다.
연공서열 중심의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업무 성격에 따라 퇴직 시점을 달리하거나, 정년 이후에도 유연한 형태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셈이다. 조직의 활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숙련 노동자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소득 수준별로 정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명확히 드러났다. 연 소득 2,4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 청년 중 42%는 취업 시 정년 보장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로, 경제적 기반이 약할수록 정년을 필수적인 사회적 안전망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반면 연 소득 7,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청년들 사이에서는 정년을 폐지하고 능력 중심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득 수준에 따라 정년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보는지, 혹은 '능력 발휘를 가로막는 제약'으로 보는지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하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퇴직 나이는 평균 65.1세로 조사됐다.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5년가량 더 일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파이 나누기라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규희 열고닫기 대표는 "청년들에게 정년은 단순한 은퇴 시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조직이 개인의 생애를 얼마나 책임질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라며 "단순히 더 오래 버티는 구조가 아니라, 중간에 배제되지 않고 역할을 전환하며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와 기업에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청년 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청년 일자리 잠식을 막을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와 소득·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정밀한 정책 설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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