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역을 택하다]경북 영덕 청년 공유주택 'STAY374,' 체류 경험 제공, 창업으로 정착 의욕 ‘쑥’
경북 영덕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중 하나다. 군이 주목하는 지점은 ‘줄어드는 등록인구’만이 아니다. 영해면 일원에서 추진 중인 ‘이웃사촌마을’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에 생활인구가 늘면서, 청년 유입과 지역 변화가 함께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영덕군 영해면 일원에서 추진 중인 ‘이웃사촌마을’ 사업이 생활인구 유입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일자리 창출 △주거 확충 △생활여건 개선 △공동체 활성화 △청년 유입 등 5대 분야로 진행된다. 세부 과제로 청년주택 조성도 포함됐다. 도는 세대통합지원센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군에 지난 2년간 1만3000여 명의 생활인구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군은 늘어나는 생활인구 흐름을 ‘방문’에 그치지 않고, 청년이 일정 기간 머물며 일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체류 기반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핵심 중 하나가 영해면에 조성한 청년 공유주택 STAY374다.
◇관계 형성을 통한 정착을 꿈꾸는 ‘청년 공유주택 STAY374’
군 관계자는 “청년마을·지역살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청년들로부터 ‘지역에서 일해보고 싶어도 정작 살 집이 없어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는 의견이 꾸준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군은 이런 ‘주거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STAY374를 조성했다. 단기 체류에 그치지 않도록 주거를 거점으로 관계를 만들고, 지역의 일·활동 경험까지 이어 정착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STAY374는 군이 제시한 ‘체류–관계 형성–활동·일 경험–정착’ 흐름을 뒷받침하는 모델로 설계됐다.
사업 방향도 ‘정착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군에 따르면 2022년 말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해 2023년 설계와 공사를 시작했다. 2024년 10월에 완공한 후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주택은 1층에 공유주방과 커뮤니티 공간 등 공용시설을 배치하고, 2~3층은 1인실 17호로 구성했다. 개인 공간은 독립성을 확보하되, 일상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통해 고립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입주 자격은 모집공고일 기준 만 19~45세 청년이다. 임대기간은 최대 24개월이며, 임대료는 월 12만~16만원 수준으로 인근 원룸 평균 대비 낮게 책정했다. 군은 ‘청년마을·지역살이 경험자’ 또는 영덕에서 정착·추가 체류를 희망하는 청년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다. 외지 청년도 신청할 수 있게 한 배경에 대해 군 관계자는 “외지 청년들이 유입에서 체류한 다음, 정착으로 이어져 인구 유입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입주 모집은 준공 이후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이후 퇴거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 공개모집으로 충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처음 공개모집 때는 17호에 27명이 지원했다.신청자 구성은 영덕군 청년 9명, 외지 청년 18명(총 27명)이며, 최종 선정은 영덕군 청년 2명, 외지 청년 15명(외지 출신·영덕 주소자 5명 포함)이었다. 이후 이어진 4월 수시모집(1실)은 3대 1, 7월 수시모집(1실)은 6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주 우선순위는 △보호종료청년 △군 청년지원사업 참여자(또는 운영단체) △정주·생활인구 확보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국가기관 소속 청년 △이웃사촌마을 조성사업을 통한 (예비)청년창업자·창업기업 등으로 두고 있다.
공유주거 운영은 ‘규칙’이 핵심이다. 군은 정기 간담회와 분기별 인터뷰, 단체 소통방 등을 통해 의견을 듣고, 정기 청소·공용공간 이용·주차 등 생활 민원을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STAY374 입주청년 중 운영진 역할을 도맡고 있는 설동원씨(33)는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있어 교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장점”이라며 “청년들이 타지에 정착하는 데 주거와 일자리만큼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거주지 기준을 바꾼 영덕살이…“선택지가 넓어졌다”
경기도 의정부 출신인 장희진씨(28)는 지난 8월 STAY374에 입주했다. 그는 “친구들이 대부분 서울에 살아 처음에는 ‘서울을 벗어난다’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장씨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한 ‘갓생 인턴십’을 통해 영덕군 영해 지역 로컬 식품 브랜드에서 현장 인턴으로 활동한 뒤, 취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영덕의 첫인상으로 ‘자연과 정적’을 꼽았다. 그는 “영덕에 오니 주변이 한적해서 놀랐다”며 “저녁 8시면 주변이 금세 조용해지고 어두워지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은 장씨의 생활리듬을 바꿔놨다. 그는 “시간이 도시와 다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며 “서울에선 퇴근 후에도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그만큼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는 하루가 단순해지니 오히려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STAY374에 대해서는 ‘주거비’보다 생활 구조의 영향을 먼저 언급했다. 장씨는 “시골이라 꽃무늬 장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신축이라 쾌적했다”며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공유주방이 넓어 자주 활용하고 좋아하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입주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다음에 식사 같이 해요’ 같은 대화가 오간다”며 “소규모 공동생활이 관계 형성과 이곳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영덕에서의 체류 경험이 ‘거주지에 대한 기준’을 바꿔놨다고 했다. 그는 “서울을 떠나기가 두려웠는데, 영덕에 막상 와서 생활하니 마음이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것 같고, 어디 가든 재밌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꼭 서울이나 수도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필요한 사람에게 닿는다”…지역에서 찾은 문화사업의 의미
STAY374 입주자 공개모집을 통해 입주한 주현우씨(37)는 영덕에서 청년문화예술공동체 ‘NIM’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해외 체류를 정리하고 귀국한 뒤 울산 울주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영덕군 체험휴양마을 권역센터가 상주 단체를 찾는다는 소개를 계기로 활동 거점을 옮겼다.
주씨는 지역에서의 문화사업에 대해 “솔직히 큰돈을 버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지방에서의 문화사업은 ‘수익’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도시처럼 규모를 키워 매출을 크게 올리는 방식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닿고 반응이 바로 돌아오는 걸 현장에서 느낀다”며 “그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비를 감당할 수준의 수입은 만들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지역에서 일하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STAY374 생활에 대해서는 공유공간 중심 구조가 자연스러운 교류로 이어진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식사나 세탁 등 생활 동선이 공용공간으로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생긴다”며 “지역 내 프로그램이나 행사, 사업 관련 정보도 그 과정에서 많이 얻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거주기간 연장 여부를 묻자 “연장하지 않고 독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씨는 “저는 이미 영덕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공간을 양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지역 정착의 걸림돌로 1인 가구 주거 선택지 부족을 꼽았다.
그는 “영덕에는 청년 공유주택이나 일부 가정집을 제외하면 1인 가구가 살 만한 주거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정착 의지가 있어도 원룸 등 적정한 집을 구하지 못해 떠나는 청년들을 봤다”고 했다. 이어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주거 인프라가 늘어나야 청년 유입이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거는 출발점”…청년 유입, 거리 재생으로 확장

군은 STAY374를 포함한 청년 공유주택에 현재 약 60명의 청년이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역 활동 참여도가 높아 파급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군은 연계 정책으로 이웃사촌마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청년 공동체 프로그램인 ‘로컬로그인’과 청년 창업·스타트업 이전 활성화 지원사업 등을 제시했다. 주거를 시작으로 커뮤니티 형성과 지역 활동, 경제 활동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청년 유입 효과가 눈에 띄는 곳은 영해면이다. 군은 ‘영덕 영해장터거리 근대역사문화공간거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단순한 도로·외관 정비가 아니라 근대 역사자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거리 기능을 생활·문화 공간으로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사업이다. 군은 공유주택을 계기로 유입된 청년 사업가와 예술가들이 △팝업 전시 △문화행사 △기록·홍보 등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향후 청년 유입 정책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고도화’”라며 “입주 이후의 단계별 지원과 맞춤형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해, 공유주거가 단기 체류에 그치지 않고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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