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성우 데뷔 이후 57년간 대한민국 방송가를 대표하는 목소리로 활약해온 송도순 성우가 2025년 12월 31일 오후 10시경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별세했습니다. 혈액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나이 77세였습니다.
황해도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재학 중이던 1967년 동양방송(TBC) 3기 성우로 방송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에는 KBS 소속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성우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반세기가 넘는 긴 세월 동안 한국 방송 역사와 함께해왔습니다.
고인을 전국민에게 알린 대표작은 단연 MBC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해설이었습니다. 특유의 명랑하고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로 고양이 톰과 쥐 제리의 쫓고 쫓기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2021년에는 극장판 영화 '톰과 제리'에서도 내레이션을 맡아 여전한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101마리 달마시안', '내 친구 드래곤', '슈퍼보이', '키다리 아저씨'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에 참여하며 어린 시절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고인의 활약은 두드러졌습니다. '싱글벙글쇼', '저녁의 희망가요', '명랑콩트' 등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취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눴습니다. 특히 1990년부터 2007년까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성우 배한성과 함께 TBS '함께 가는 저녁길'을 공동 진행하며 '똑소리 아줌마'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퇴근길 운전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프로그램은 라디오 역사에 길이 남을 명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방송 드라마 분야에서도 고인은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산다는 것은', '사랑하니까', '달수 시리즈', '간이역' 등 다양한 작품에서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으며, '체험 삶의 현장', '세바퀴', '공감토크쇼 놀러와'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얼굴까지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성우라는 직업의 영역을 확장시키며 후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고인은 성우 활동 외에도 후학 양성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성우 배한성, 양지운 등과 함께 스페셜스피치아카데미(SSA)를 설립해 원장으로 재직하며 차세대 성우들을 키워냈습니다. 한국성우협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더빙 관련 법제화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최재호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은 "성우계의 대모로서 성우들을 위해 애쓰신 분"이라며 고인의 헌신적인 노력을 기렸습니다.
고인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5년 대한민국 방송대상 라디오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도 활동하며 한국 문화 알리기에 앞장섰습니다.
동료 성우들은 고인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17년간 호흡을 맞춘 배한성 성우는 "가족 못지않은 관계였다. 제가 집사람을 잃었을 때 아이들을 친이모처럼 챙겨줬다"며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슬픔을 드러냈습니다. 가수 남궁옥분은 SNS를 통해 "열흘 전부터 혼수상태였는데 툭툭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다. 큰 키만큼이나 큰 그늘로 깐깐하게 대장처럼 모두를 이끄셨던 언니"라며 추모의 글을 남겼습니다.
유족으로는 남편 박희민 씨와 아들 박준혁(배우), 박진재 씨, 며느리 채자연, 김현민 씨 등이 있습니다. 특히 큰아들 박준혁은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여인천하', '낭랑18세', '고향역', '맨발의 사랑', '닥터로이어'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 중입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오는 3일 오전 6시 20분 예정입니다.
57년간 대한민국 국민들의 귓가에 친근한 목소리로 남아있던 고인의 별세로 방송계는 큰 별 하나를 잃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톰과 제리'를 보며 자란 세대들에게 고인의 목소리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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