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4일이면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지 4년을 맞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오랜 기간 전쟁을 치르면서 필요한 많은 병력을 동원, 유지하기 위해 부상자나 중병에 걸린 병사를 투입하고 강제로 복무 계약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로 병사나 가족들로부터 많은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 대통령 직속 인권옴부즈맨에 쏟아진 불만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러시아의 전쟁기계, 어떻게 야만화되고 자국의 병사들을 착취했나’라는 심층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전장에 투입된 병사와 가족 혹은 유가족들이 대통령 직속 인권옴부즈맨에 제기한 불만 사항들이 부주의한 홈페이지 관리로 외부로 유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유출된 불만 사항들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올려진 내용이다.
NYT는 유출된 정보를 제공받은 뒤 불만을 올린 병사나 가족들을 인터뷰하는 등 약 2개월간 확인을 거친 후 보도했다.
NYT는 옴부즈맨에 제기된 불만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소모전을 벌이는 군인들을 신성한 영웅으로 칭송했으나 그의 전쟁 지속 방식은 수많은 군인 가족을 파괴해 표면 아래에서 분노와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병사에 대한 심각한 학대는 특히 교도소 수감자나 미결수 출신으로 구성된 부대에 집중됐다.
◆ 질환자·부상자·전쟁포로 투입·전투 투입 등 미끼로 갈취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군인들은 골절, 4기 암, 간질, 심각한 시력 및 청력 손상, 머리 부상, 정신분열증, 뇌졸중 후유증과 같은 심각한 질병에도 전선으로 보내졌다.
석방된 전쟁 포로들도 곧바로 전투 현장으로 복귀시켰다.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사살하겠다고 자주 위협하고 실제로 ‘제로 아웃’이라는 이름으로 실행하기도 했다.
일부 지휘관들은 위험한 임무에서 면제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임무에 대해 불평하거나, 실패할 임무에 반대하거나, 뇌물 지급을 거부하는 병사들은 구타당하거나 지하실에 갇히기도 했으며 구덩이에 처박히거나 나무에 며칠 씩 묶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징병이나 의무 복무로 입대한 신병이 장기 계약서에 서명하길 거부하면 사망률이 높은 공격 부대로 전출될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
NYT는 고발 내용중에는 신고로 인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공통적으로 언급되어 있다며 이는 옴부즈맨에게 올리지 못하는 다른 비리 사례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 전투 강요·학대·‘제로 아웃’의 생생한 사례들
지난해 8월 27일 한 병사의 어머니 옥사나 크라스노바는 아들이 나흘 동안 나무에 수갑이 채워진 채 음식, 물, 화장실도 없이 갇혀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아들과 동료는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러시아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자살 임무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고 크라스노바는 밝혔다.
아들 일리야 고르코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크레민나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소매에 숨겨 영상을 촬영했으며 보안 기관에 친척이 있어 풀려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팔다리도 없이 전선으로 보내지고 있는 것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아들의 학대에 대해 진정을 제기한 또 다른 여성 류보프는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이 체첸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 가족이지만 지금 러시아 군대내의 무법 상태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들이 다리 골절, 뇌진탕 등으로 부상을 입었으나 부대장이 “여기 모두가 뇌진탕을 겪고 있다”며 부상 후 세 번이나 전투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NYT는 목발이나 지팡이를 짚은 채 전투에 투입되는 병사의 사진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7개월간 포로로 잡혀 있다가 풀려난 뒤 전선으로 복귀한 한 병사는 포로 시절의 기억 때문에 전장에서 공황 상태에 빠지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적보다 무서운 아군 지휘관의 구타 살해 위협
많은 불만 사항들은 병사들이 적에게 죽는 것만큼이나 아군 지휘관에게 구타당하거나 갈취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보여줬다.
나탈리아 루키안추크(74)는 인터뷰에서 손자가 한 달 동안 극동 캄차카의 한 기지에서 라디에이터에 수갑이 채워진 채 구타를 당했다는 진정서를 올렸다.
자동차 운전 중 사고를 내 4년 6개월형을 받은 손자는 형기 1년을 남기고 1년 군 복무 계약을 맺고 출소했다.
그녀는 손자가 계약 연장을 거부하자 부대에서 강제로 연장한 뒤 구타 등 학대의 악순환에 빠졌다며 “군대가 아닌, 견장을 단 늑대인간들”이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특정 부대 병사들은 휴가, 전출 혹은 대규모 전투에서 전사하지 않기 위해 뇌물을 요구받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부상 군인들을 위한 정부 자금이 들어오자 보상금의 일부를 요구하거나 부상을 허위로 보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병사 사이드 무르타잘리예프(18)는 상관의 명령으로 죽음의 공격에 투입되는 것을 피하려는 동료 병사에게 약 1만 5000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
그는 뇌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지휘관이 자신을 사망 위험이 높은 전투에 투입돼 사실상 살해를 당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어머니 레일라 나흐슈노바에게 보냈다.
그에 대한 행위는 러시아 군대에서는 흔해 ‘오브눌레니예’ 즉 ‘제로잉 아웃(Zeroing Out)’이라는 용어도 생겼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적에게 사살당하도록 의도적으로 내몰거나 전장에서 아군이 직접 병사를 사살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NYT가 검토한 최소 44건의 불만 사항에 이 단어가 등장하고 100건 이상에서 지휘관이 자기 부하를 죽이겠다고 직접 위협한 내용이 언급됐다.
◆ 미결수·수감자 구성 부대의 병사 살해
군인들의 여성 유족 10명이 공동으로 제출한 한 진정서에는 모스크바 동쪽 약 360km 떨어진 니즈니노브고로드 외곽에 주둔한 ○○○○부대에서 상관들이 병사들을 직접 살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부대의 병력은 대부분 미결수나 수감 중인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 여성들은 지휘관들이 전장에서 300명이 넘는 아군 병사들을 살해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지휘관들이 시신에서 휴대전화를 빼내 병사들의 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은 군 당국이 2023년과 2024년 해당 부대원 몇 명을 체포했지만 살인은 계속됐다고 진정서에 올렸다.
무르타잘리예프도 이 부대 소속으로 어머니 나흐슈노바도 공동 진정서에 서명했다.
그녀의 아들은 3월 7일 자신이 완전히 제거될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낸 이후 소식이 끊겼다. 나흐슈노바는 아들이 보낸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NYT에도 보냈다. 그녀는 아들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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