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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포기하고 중도 해지…‘급전’ 수요 ↑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개인·개인사업자 정기 예·적금 중도 해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19개 은행의 정기 예·적금 해지금액은 110조 7679억원, 해지 계좌 수는 1573만 1000건으로 집계됐다. 통상 연말에 자금 수요가 몰리는 점을 고려할 때 12월 해지분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정기 예·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원래 약속했던 금리보다 훨씬 적은 이자를 받는다. 이 때문에 중도 해지는 통상 ‘급전 수요’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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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정기예금 중도해지 계좌수가 10월과 11월 크게 증가했다. 두 달 중도 해지 건수는 이전 달(지난해 1~9월 월평균)과 비교해 약 20%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중도해지 금액도 이전 월평균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11월 정기예금 해지 금액은 2조 2783억원으로 1~9월 평균 해지금액(1조 5922억원)에 비해 43.1% 늘어났다. 신한은행의 11월 정기예금 해지금액은 1조 8290억원으로 1~9월 평균(1조 1224억원)에 비해 63%나 급증했다.
정기예금 해지가 10~11월 증가한 점은 10·15 대출규제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부추기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빚투’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6·27 대책을 통해 하반기 가계대출 공급량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10월에는 10·15 대책을 발표해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였다.
10월 들어 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뒤처지면 안된다’는 불안 심리로 인해 예금을 빼서 투자로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에 300조원의 자금이 몰리는 등 증시로 머니무브(자금이동) 현상이 빠르게 일어났다.
◇예·적금 줄어들면 가계대출 공급 어려워
정기 예·적금은 만기 구조가 비교적 예측 가능해 은행 유동성 관리의 핵심축이 된다. 이 기반이 약화할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여건이 급변해 유동성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올해도 ‘돈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의 월별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알려지며 가계대출 공급 증가 가능성은 낮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권이 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자금이 급하게 필요했던 실수요자들이 예·적금을 해지해 유동성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예·적금 해지로 현금을 확보할 경우 가계의 안전자산 축소라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고 중장기적인 가계 재무 건전성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올해도 대출 접근성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단순 총량 관리가 아닌 상환능력 중심의 정교한 심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이양수 의원은 “경기 침체와 가계 악화 탓에 정기 예·적금 해지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는 은행의 유동성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가계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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