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압박하는 '김범석 쿠팡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때' 그 파괴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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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압박하는 '김범석 쿠팡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때' 그 파괴력은?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02 05:4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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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한국에서 상당히 큰 기업인데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는 정말 빵점인 것 같다."

  2025년 12월 30일 국회 청문회장에서 울려 퍼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이 일침은 단순한 행정 수장이 던진 감정적 토로가 아니었다. 이는 지난 4년간 쿠팡이 한국 시장에서 누려온 규제 유예의 시간이 사실상 종언을 고했음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3300만 건이 넘는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고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만 유리한 정보를 흘리며 한국 정부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플랫폼 거인에 대해, 한국의 감시자가 마침내 동일인 지정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칼을 꺼내 들었다.  미국 국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검은머리 미국인'인 김범석(47) 쿠팡의장을 향한 칼날이었던 셈이다.

이날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실태 파악을 위한 청문회는 쿠팡이라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가진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핵심은 하나다. 돈을 벌 때는 한국 기업의 지위를 누리면서, 책임질 때는 미국인 의장의 등 뒤로 숨는 이른바 검은 머리 미국인 논란의 실체적 해결이다. 주병기 위원장은 공정위도 현재 처리하고 있는 사건과 앞으로의 기업 사회적 책임에 대해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언급하며,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고 법인이 예외적으로 지정된 현 상태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 위의 플랫폼, 140억 원짜리 보수가 뚫은 규제의 구멍

그간 쿠팡이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었던 방어막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의2가 규정한 네 가지 예외 요건이었다. 자연인과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때 계열사 범위가 같고, 자연인과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금 거래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공정위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쿠팡이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방어막에 균열을 낸 것은 김범석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보수 내역이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김유석 부사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쿠팡에서 총 152만 6979달러(약 22억 648만 원)의 현금 보수와 34만 8927주의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받았다. 이를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주식 보상만 약 118억 6634만 원에 달하며, 현금을 합친 총액은 140억 원을 가볍게 상회한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32만 3000달러(약 4억 6674만 원), 2022년 33만 3979달러(약 4억 8260만 원), 2023년 44만 달러(약 6억 3580만 원), 2024년 43만 달러(약 6억 2135만 원)를 수령했다. 특히 지난해 김유석 부사장의 총보수 약 32억 원은 별도 보상이 없었던 형 김범석 의장의 207만 1000달러(약 30억 원)보다 많았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고액 연봉을 받는 인사를 실질적 임원으로 판단한 판례가 있다며 형식적으로 임원이 아니더라도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있다면 동일인 지정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주병기 위원장은 과거에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예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봤으나, 현재 제기된 사안들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김유석 부사장이 맡은 글로벌 물류효율 개선 총괄이라는 직함과 부사장이라는 지위가 단순 파견 직원을 넘어선 실질적 경영 참여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동생에게 지급된 고액 보수 자체가 사익편취 가능성을 내포하는데, 동일인 미지정으로 인해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법조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내년 5월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대통령령을 개정해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즉각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는 현행 시행령의 예외 조항이 김범석 의장을 위한 전형적인 특혜라고 꼬집으며,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다면 예외 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역시 시행령 개정안이 해외 계열사나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를 통한 사익편취와 편법 세습을 조장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만약 정부가 시행령 제38조의2에서 법인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삭제하거나 수정한다면, 국무회의 의결만으로도 김범석 의장을 당장 규제 선상에 올릴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시와 서울의 분노, 선을 넘은 플랫폼의 이중주

쿠팡이 자연인 동일인 체제로 전환될 경우 겪게 될 변화는 파괴적이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체로서, 본인뿐 아니라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의 주식 보유 및 거래 현황을 낱낱이 공시해야 한다. 현재 쿠팡은 법인 동일인 체제 뒤에 숨어 김범석 의장 일가의 사익편취 여부에 대한 감시를 피해왔으나, 지정이 확정되면 공정거래법 제47조에 따른 부당 이익제공 금지 규정이 전면 적용된다. 또한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누락할 경우 동일인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 처벌 위험에 직면한다. 이는 김범석 의장이 한국 국회 청문회를 무시하며 버티는 현재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강제적 기제가 된다.

정부의 강경 기류는 쿠팡의 오만한 대외 공시 행태에서 비롯됐다. 쿠팡은 지난 12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 규모가 3000건에 불과하며, 자체 조사가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휘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서류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와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3300만 건 이상의 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에도, 쿠팡은 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피해를 축소하고 정부를 들러리로 세우는 공시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주병기 위원장이 언급한 사회적 책임 빵점의 실체다. 주병기 위원장은 쿠팡의 점유율이 39%에 달하고 상위 3개 사업자의 합계가 85% 정도 되는 만큼 시장지배적 사업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판매 가격을 낮추며 생기는 손실을 납품업체에 광고비로 전가하는 행위 등을 엄중히 조치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이는 동일인 지정을 통해 지배주주의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시장에서의 독점적 횡포를 다각도로 압박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을 보여준다.

 물론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미국 국적자인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상의 내국민 대우 원칙 위반이나 최혜국 대우 조항을 근거로 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제기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하지만 주병기 위원장은 공정위가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에 공평하게, 똑같은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6촌의 지분까지 공시하며 엄격한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두는 것이야말로 국내 기업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결국 쿠팡 사태는 한국의 공정거래 질서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변칙적인 지배구조를 어떻게 포섭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됐다. 주병기 위원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신중함을 견지하면서도, 과거에 만족한다고 봤던 예외 조건을 이번에 다시 한번 조사하겠다고 못 박았다. 12억 달러(약 1조 6850억 원) 규모의 바우처 배상안을 내놓으며 미국 시장에서의 주가 방어에 몰두하는 쿠팡의 전략이, 한국 법 집행의 원칙이라는 벽 앞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 플랫폼 거인의 지배구조가 한국 사회의 공정성 기준과 충돌하는 지금, 동일인 지정은 플랫폼의 무한 확장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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