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원을 보는 눈⑭] 150조 원의 신기루와 벼랑 끝의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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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조원을 보는 눈⑭] 150조 원의 신기루와 벼랑 끝의 상인들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01 21:52: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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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서울 종로의 좁은 골목을 지키는 노포 상인들에게 정부의 728.0조 원이라는 거대 예산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2026년도 확장 재정의 물결이 첨단 인공지능과 국방의 참호를 채우는 동안, 정작 내수 경제의 실핏줄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정치적 논쟁과 숫자의 함정 속에 갇혔다. 이번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 소관 예산은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이라는 구호와 현장의 체감 경기 사이의 극심한 온도 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150조 원의 베팅: 국민성장펀드라는 국가 주도 자본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야심 찬, 동시에 가장 불안한 항목은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다. 정부는 한국산업은행에 1조 원을 출자해 마중물을 붓고, 이를 토대로 향후 5년간 민간 자금을 합쳐 총 150조 원 규모의 거대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 생태계에 집중적으로 투자되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엔진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 거대 펀드는 준비 부족이라는 거센 폭풍우를 만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이 펀드를 두고 여야의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국민성장펀드는 모든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라며 2026년도 예산 전액을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김대식 의원은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는 매우 위험하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없는 깜깜이 펀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야당의 우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정부의 조성 목표가 당초 100조 원에서 150조 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내년도 정부 예산도 그 비율만큼 5,000억 원 더 늘려야 한다며 오히려 증액을 압박하는 기묘한 대치 국면을 연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역시 국민성장펀드의 세부 추진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채 예산안이 제출되었다며 과거 국민참여형 정책 펀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5,000억 원의 실종: 소상공인 지원 예산의 역설

거대 담론인 국민성장펀드가 국회에서 설전을 벌이는 사이, 소상공인들은 숫자의 하락세를 목도해야 했다.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된 소상공인 관련 예산은 5조 5,278억 원 규모다. 이는 2025년 예산인 5조 9,000억 원 수준에 비해 약 5,000억 원 가량 감소한 수치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고 맞춤형 지원으로 전환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내세운 강한 소상공인 육성이라는 기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연 매출 1억 400만 원 미만의 영세 상인보다는 해외 수출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유망 소상공인에게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산 변화를 두고 이제는 나랑 상관없는 예산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소상공인들의 반응을 전하며, 경영 안정 바우처 등의 지원이 실제 현장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예산안을 전년 대비 1.6조 원 증액한 16.8조 원으로 편성하며 창업 및 벤처 강국 도약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전환에 쏠려 있어, 당장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는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실제 영세 상인들의 위기 극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밀한 집행을 주문했다.

엠에이엑스(M.AX) 얼라이언스와 산업의 재편

728조 원 예산의 산업 정책적 핵심은 엠에이엑스 얼라이언스(M.AX Alliance) 투자 계획과 국민성장펀드의 연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조 원 이상의 민관 합동 투자를 유도하여 제조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산업부 예산은 9조 4,342억 원으로 확정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8.8%나 증가한 규모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 확산을 위한 1.1조 원 규모의 사업에 투입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국회에서는 AX-Sprint 300 사업 등 10개 부처에 분산 편성된 인공지능 사업 예산 중 2,785억 원이 삭감되는 등 사업의 중복성과 효율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이뤄졌다.

중소기업의 통상 대응력 제고와 수출 경쟁력 강화에는 6,867억 원이 투입된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 합의 사항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대미 통상 프로그램 예산은 일부 감액 조정되었으나, 새롭게 신설되는 한미전략투자공사 출자 예산 등이 반영되며 경제 안보 시대의 새로운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결국 2026년 경제 예산은 국가가 직접 거대 자본을 형성해 첨단 산업에 베팅하는 투자형 국가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한 150조 원의 청사진 아래에서 5,000억 원의 지원금을 잃어버린 소상공인들의 실망감은 재정 정책의 또 다른 성적표가 될 것이다.

낙수효과는 골목까지 흐르는가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와 5.5조 원의 소상공인 예산은 2026년 한국 재정이 직면한 양극화된 시선을 상징한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강한 소상공인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미래를 향해 있지만,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상인들의 비명은 현재에 머물러 있다. 국가 부채 비율 51.6%라는 엄중한 재정 건전성의 압박 속에서 , 국회는 깜깜이 펀드라는 비판과 민생 회복이라는 명분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끝냈다. 이제 거대 펀드가 만들어낼 첨단 산업의 결실이 과연 길 건너 빵집 상인의 지갑까지 흘러갈 수 있을지, 재정의 마중물이 실제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낼지는 2026년 한 해 동안 증명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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