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서 책상 친 로저스, “그만합시다”는 국민이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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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서 책상 친 로저스, “그만합시다”는 국민이 할 말

이데일리 2026-01-01 19:48: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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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하영 기자] “그만합시다(Enough)!”

뉴시스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장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책상을 치며 내뱉은 말이다. 3370만 명, 국민 대다수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기업의 책임자가 공적 책임을 추궁받는 자리에서 보여준 태도라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로저스 대표 입장에서는 국회 의원들의 고성이나 격한 표현이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청문회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는 누구를 압박하기 위한 ‘장면’이 아니라, 국민 피해와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고 책임과 대책을 묻는 공적 절차다. 감정이 오갈수록 필요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자료와 설명이다.

6개 국회 상임위가 참여한 이번 연석 청문회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국민 기본권 침해 사안을 다뤘다. 기업 책임자라면 질문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하며, 재발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답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로저스 대표의 답변은 핵심 쟁점에서 성실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쿠팡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책임을 묻는 질의에는 “내가 책임자”라고 답하며 책임 주체를 자신으로 한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보상안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왜 대답을 듣지 않느냐”, “정상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불만을 드러낸 장면 역시 논란을 키웠다.

정부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자료 보존 의무 불이행 의혹, 유출 용의자 관련 ‘자체 조사’ 발표, 나아가 이를 “국정원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공적 조사 체계의 신뢰를 흔드는 듯한 메시지까지 덧붙였다. 말과 행동이 엇갈린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쿠팡이 내놓는 해명은 설득력을 잃기 쉽다.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은 일회성 사고로 치부하기 어렵다. 금융 피해, 계정 탈취,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장기적 위험이 뒤따른다. 쿠팡은 개인정보 이슈 외에도 납품업체와의 거래 관행, 산업재해 관련 의혹 등 여러 논란을 안고 있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확인 가능한 정보 공개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다.

지금 쿠팡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 성실한 진상 규명, 합리적 보상, 재발 방지 체계 구축이다. 이것이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같은 방식의 대응이 가능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논점은 국회 공방을 넘어, 한국 소비자와 한국 시장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제 “그만합시다”라고 말할 사람은 로저스 대표가 아니라 국민일지 모른다. 멈춰야 할 것은 불필요한 대립이고, 시작해야 할 것은 책임을 전제로 한 설명과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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