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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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단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선을 다한다

경기일보 2026-01-01 18:55: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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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근 화성특례시장

“어제 사고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아니라 인재(人災)였다.”

 

언론의 질책과 비판은 수많은 재난 사고를 접하는 행정에 무거운 책임과 더불어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3년 전 충북 오송읍 궁평지하차도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폭우와 배수시스템 고장으로 불과 수십초 만에 진흙과 불어난 폭우에 갇혀 차 안에 있던 시민 14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지하차도는 평소에도 물 빠짐과 배수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 지적됐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사고 발생과 더불어 수습 과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신문의 머리기사가 그동안 재난현장의 반복적인 모습을 비추는 듯해 마음이 무거웠다.

 

‘예측 가능했던 위험에 대한 체계적 무시와 행정적 회피가 낳은 인재’, ‘사고 책임을 둘러싼 부처와 자치단체 등 공직자와 관련자들의 책임 공방’, ‘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생존자들의 고통스러운 트라우마’. 늦었지만 참사 이후 국가와 지방정부는 재난시스템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대응책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비, 초기 대응시스템과 메뉴얼 강화, 교차로 및 터널 구조물의 안전성 강화 등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최근 화성 동탄 생태터널에서 이뤄진 긴급 안전조치는 ‘과잉처럼 보일 만큼의 대응’이라는 재난안전의 기준을 따른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가 불확실성 앞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되짚어본다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현장과 차량을 통제하고 시설을 점검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우선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이번 동탄 생태터널 긴급 안전조치는 재난 대응 행정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최근 시설 내 구조적 위험 요소가 감지되면서 시는 즉각 차량 통제 및 점검에 착수했다. 일부 시민은 “과한 것 아니냐”, “불편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 결정은 명확한 원칙에 근거했다.

 

재난안전 분야에서 과도한 조치란 없다. 오히려 과잉이야말로 정답에 가깝다. 그간 국내외 대부분의 터널 사고는 ‘사소한 징후’를 놓친 데서 비롯됐다. 시는 위험 요소를 감지한 즉시 시설물 정밀 점검, 교통통제, 안전성 확보 전까지 임시 폐쇄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내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결과’는 때때로 과한 대응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바로 그 무사함이야말로 재난 대응의 최고 성과다.

 

시의 이번 조치는 불편과 비판을 감수하며 책임을 선택한 행정의 전형으로 이해돼야 한다. 동탄 생태터널 사례는 단일 시설물 점검 의미를 넘어 행정이 무엇을 최우선에 두는가를 보여준다. 민원 감소, 예산 효율, 통행 편의 등 다양한 고려사항 속에서도 ‘시민의 생명’이라는 기준 하나로 결정을 내린 만큼 그 자체로 행정의 책무와 철학을 드러낸다.

 

재난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효율보다 윤리의 문제가 중요하다. 재난 발생 시 얼마나 빨리, 얼마나 과하게, 얼마나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이 기준을 통해 도시가 위기 앞에서 어떤 가치를 선택하는지를 가늠한다. 과잉처럼 보일 정도로 대비하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점검하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공공행정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우리 시는 이번 결정을 통해 행정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감당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지자체 공직자로서 화려한 건축물이나 큰 예산 사업을 수주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태도다. 선진도시는 사고 이후에 사과하는 곳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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