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행정부의 업무보고 실시간 생중계가 화제였다. '국민주권정부'로서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228개(19부·5처·18청·7위원회 등) 기관의 업무보고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 새로운 형식이 남긴 질문 역시 적지 않다. 공개의 확대가 곧 정책 논의의 성숙으로 이어졌는지, 특히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다루는 데 적합한 방식이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업무보고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왜 해상풍력발전을 하는 거에요?"
기후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김성환 기후부 장관에게 '비싼' 해상풍력발전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 물었다. 해상풍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초기 비용을 요구하는 기술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에 대한 사실 설명과 토론 자체는 충분히 필요했다. 이에 김성환 장관은 비용 문제를 넘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과 산업발전 측면에서 해상풍력발전 확대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이어서 담당 공무원들이 해상풍력발전의 지속적 활성화를 통해 어떻게 단가를 낮춰갈 수 있을지 차분히 대답하였다. 이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질문과 정책 설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생중계라는 형식 속에서 이 논의가 '비싼 해상풍력'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확산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해상풍력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 산업 생태계 조성, 직접 일자리 창출과 같은 다층적 가치의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생중계된 질의응답 구조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비용 효율성'이라는 단일한 잣대로 압축될 위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탈탄소 녹색 문명으로의 대전환'을 내세운 이재명 행정부의 기후부 기조와 이 같은 축소된 논의 방식 사이의 긴장은 분명 짚어볼 대목이다.
"무슨 당이에요"
같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과 비용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정당'에 따라 의견이 달라진다는 취지로 장·차관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의 말과 주장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들의 설명이 다 끝나도 "못 믿겠어요. 당적 없는 사람이 얘기해보세요"라며 농담을 하지만 하나도 웃을 수 없다. 핵발전소와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탈정치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엔 일부 동의할 수 있지만, 기후부 장관에게까지 '민주당이라 못 믿겠고'를 말하는 대통령을 지켜보는 일은 결코 즐겁지 않다.
결국 '정당'을 떠나서 의견을 청취하려 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도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기 보단 오히려 정치적 프레임을 강화하는 역효과만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진심으로 핵발전 문제에 대해 '과학에 근거한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보았다면 이런 가벼운 방식의 접근은 무척이나 아쉽고 위험하지 않은가.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요구되는 것은 정치로부터의 무조건적 탈출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 위에서 어떤 가치와 우선순위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성숙한 정치적 논의다.
"대답해보세요"라고 말하는 대통령에게 되묻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생중계 업무보고가 행정 내부의 숙고 과정을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즉각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구조 속에서, 공무원의 역량은 정책을 얼마나 알고 있고, 깊이 고민했는지가 아니라 즉시 빠르게 설명할 수 있는가 로 평가되기 쉽다. 충분한 내부 토론과 검토를 거치지 않은 쟁점들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나 진행 중인 논의가 '무능'이나 '혼선'으로 치부될 위험도 커졌다.
숙의가 필요한 정책일수록, 더 큰 변화가 필요한 정책일수록, 공개의 방식과 단계는 더욱 신중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투명성이 곧바로 책임성과 합리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업무보고가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대통령실은 '잼플릭스'라며 자화자찬하지만, 생중계 업무보고를 두고 '대통령 쇼' 또는 요식행위라는 단호한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 이재명 행정부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투명성 이후의 과제
기후부 업무보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기후대응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만들어내는 숙의의 과정이었는가. 아니면 공개된 질의응답 속에서 정책의 복합성과 무게가 가벼워지는 순간이었는가. '국민주권정부'의 첫 업무보고가 '투명성'과 '소통'이라는 긍정적 의도를 표방한 것과 달리 그저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가치를 뽐내는 장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재차 되묻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투명성은 출발점일 뿐 목적 그 자체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생중계는 바로 그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재명 대통령과 행정부에게 남은 과제는 이번 생중계 업무보고 이후 제시된 여러 갈래의 논쟁과 산적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 대한 확실한 제도화다. 지금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구조화된 논의와 그것을 뒷받침할 시간이라는 것이 드러난 만큼 다양한 시민이 관객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참여자로 만드는 방안, 업무보고로 보여준 정책 과제들의 이행 여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공개를 비롯한 사후 평가가 가능한 구조가 탄탄히 보강되어야 한다.
정치가들의 책임을 강조했던 막스 베버의 말처럼, 즉흥성이나 신념을 과시하는 일은 정치에서 위험하고 불필요한 태도다. 결국 좋은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리더십과 윤리이며, 기후정책처럼 상대적으로 긴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일수록 그렇다. 이재명 행정부의 정치가 신념의 연출이 아닌 책임의 윤리 위에서 좋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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