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유상증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제기돼 온 환율·환전 논란과 할인발행 논쟁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크루서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220만9천716주의 상장 예정일을 1월9일로 확정했다. 신주 인수자는 미국 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크루서블 합작법인(JV)이다. 이번 증자는 총 11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의 초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해 온 환율 변동과 할인발행 논란도 정리되는 흐름이다. 고려아연은 발행가액과 발행 주식 수 등 모든 주요 조건을 이사회 결의 시점의 환율을 적용한 미화 기준으로 확정했으며, 신주발행대금 역시 달러로 납입돼 환전 없이 전액 미국 현지 투자금으로 송금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후 환율 변동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앞서 영풍·MBK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이후 환율 급락과 원화 환산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발행가액 제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 할인율이 10%를 초과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모든 계약과 이사회 결의를 달러 기준으로 확정한 거래를 원화 환산을 전제로 사후 계산해 문제 삼는 것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며 반박해왔다.
법원의 판단 역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중단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하며 “이 사건 신주발행은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추진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의 칩스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이 추가로 투입되는 점도 이번 거래의 경제적 실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크루서블 프로젝트에는 미국 정부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총 19억4천만달러를 출자해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며, 고려아연은 이 신주대금과 직접 출자금을 더해 미국 현지 100% 자회사인 크루서블 메탈스에 투자한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크루서블 합작법인이 아닌 현지 사업회사에 칩스법 보조금 2억1천만달러를 별도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전체 투입 자금은 합작법인 출자금 19억4천만달러를 넘어 총 21억5천만달러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이를 실질적인 출자금으로 간주할 경우, 이번 유상증자는 외형상 할인발행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경제적 실질은 시가발행과 동일하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IR 자료를 통해서도 “신주대금이 회사로 유입되고, 할인발행 대금에 상응하는 상무부 보조금이 추가 투입돼 JV 지분으로 환산되는 구조”라며 “경제적 실질은 시가발행과 동일하며, 이는 기업과 일반 주주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미국 정부의 직접 투자와 보조금 지원이 결합된 사례라는 점에서 기업가치 제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금 투자와 보조금을 동시에 지원하는 구조인 만큼, 법원 역시 경영상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초기 자금 조달이 마무리됨에 따라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부지 조성을 시작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아연·연(납)·동 등 산업용 기초 금속과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13종의 금속을 생산하며,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이 지정한 ‘2025년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돼 있다. 연간 110만t의 원료를 처리해 54만t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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