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은 시기와 형식 모두에서 이례적이다. 중국 외교 관행상 12월부터 춘절(春节)까지는 외국 정상의 국빈방문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 대통령을 '국빈(国事访问)'이라는 최고 격으로 초청했고, 베이징 공식 일정에 이어 상하이까지 포함한 3박 4일의 동선을 설계했다. 이는 외교 일정의 예외가 아니라, 중국식 외교 문법으로 정교하게 구성된 정치적 서사에 가깝다.
중국에서 의전은 장식이 아니라 분명한 외교적 메시지에 해당한다. 국빈방문은 양국 관계의 '등급'을 공표하는 선언이며, 인민대회당 회담과 국빈만찬, CCTV 톱뉴스 보도는 "중요한 전략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의전적 장치다. 여기에 상하이라는 공간이 더해질 때, 이번 방중은 단순한 정상회담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서사 구조를 띤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100주년과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 그리고 벤처·스타트업 협력 일정은 '역사적 연대'와 '미래 협력'을 한 화면에 겹쳐 놓으려는 중국의 무대 연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방중의 핵심은 "방중을 했는가"가 아니다. 질문은 분명하다. 중국은 왜 지금, 이 형식으로 한국을 불렀는가? 그리고 한국은 이 무대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으려 하는가?
1. 중국의 초청이 말해주는 것: 관계 복원인가, 전략 관리인가?
중국의 계산은 단일하지 않다. 정치·경제·지정학의 세 층위가 동시에 작동한다.
정치적으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장기화된 미중 갈등 속에서 '고립된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관리해야 한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세계 10위권 경제국인 한국 정상의 국빈방문은, 중국이 여전히 국제 질서의 중심부에서 외교적 선택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상징 자산이다. 이는 대외 신호이자, 내부 결속을 위한 정치적 장면이기도 하다.
경제적 계산 역시 명확하다. 공급망 재편과 기술 블록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필요하지만 관리해야 할 파트너로 본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디지털 경제 등에서 한국 기업은 여전히 중국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 고리다.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는, 중국이 정치적 신뢰를 경제적 실리로 환원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번 방중의 핵심은 지정학에 있다. 중국은 한국을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의 '고정된 전초기지'로 보지 않는다. 국빈방문이라는 최고 격 의전은 한국을 미국 진영에서 이탈시키려는 시도라기보다, 아직 완전히 고착되지 않은 변수로 관리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이는 미국과 일본, 대만을 동시에 향한 다층적 신호다.
2. 실용 외교의 시험대: 말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
이재명 정부는 이번 방중을 '실용 외교'의 시험대로 규정한다. 베이징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복원을 확인하고, 상하이에서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 산업을 논의하는 동선은 그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실용 외교의 진짜 시험은 환대의 장면이 아니라 불편한 의제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의 불법 구조물, 중국발 대형 해킹 사건, 핵심 기술 유출과 같은 회색지대 전술은 더 이상 '관계 관리'로 유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빈방문은 상대를 존중하는 무대인 동시에, 국익을 분명히 제기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외교 공간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한국 외교는 양날의 시험대에 오른다. 중국과의 관계 복원이 미국과의 동맹 약화로 해석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동시에 중국이 요구하는 전략적 모호성이 한국의 자율성을 잠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3. 이번 방중에서 비어 있는 질문: 남북관계는 어디에 있는가?
더 중요한 문제는, 이번 방중에서 남북관계가 사실상 의제의 중심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며 통일 담론을 폐기한 이후, 남북관계는 화해와 진전의 문제가 아니라 충돌 관리와 위기 통제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중국은 이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 화해를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한반도 긴장이 비가역적 군사 충돌로 비화하지 않는지, 북한 문제가 한미일 군사 협력의 촉매가 되지 않는지, 그리고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는지를 관리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중재자가 아니라 완충자이자 흡수 장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국이 충돌 관리의 언어만 유지할 경우, 대북 정책은 중국의 안정 관리 전략에 종속될 위험을 안게 된다. 이번 방중의 진짜 과제는 남북관계 복원의 신호를 보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한국이 어떤 독자적 기준으로 위기를 관리할 것인지, 그리고 중국을 대북 '중재자'가 아니라 공동 책임의 당사자로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지에 있다.
4. 의전 너머의 시험대
이번 방중의 성패는 공동성명 문구에 있지 않다. 한한령 완화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공급망 협력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지, 그리고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독자적 관리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가 진짜 기준이다.
1월의 베이징과 상하이는 환대의 공간이자 시험대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의 의전 정치가 던진 질문에 대한 응답이며, 동시에 미중 경쟁과 분단 구조가 중첩된 시대에 한국 외교가 얼마나 성숙한 전략 감각을 갖추었는지를 가늠하는 무대다.
중요한 것은 누구 편에 섰는가가 아니다. 강대국의 계산이 교차하는 한반도에서 어디까지 스스로의 기준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그리고 말해진 것보다 말해지지 않은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그 능력만이 지금 한국 외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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