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면 개정된 중국의 대외무역법이 2026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중국 정부는 이번 개정을 '고수준(高水平) 대외개방을 위한 제도 정비'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무역과 서비스 무역의 개방을 확대하고, 변화하는 국제 규범에 대응하기 위한 법체계를 보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단순한 법률 정비를 넘어, 중국 대외무역법의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성장 동력, 대외무역법
중국의 대외무역법은 1994년 제정되었다. 개혁·개방이 본격화되던 당시 중국의 과제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국제무역 질서에 편입되는 것이었다. 대외무역법은 국가가 독점하던 무역 활동을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외국과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중국이 세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한 일종의 '입장권'이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은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무역 질서를 구축해야 했고, 이에 따라 2004년 대외무역법을 전면 개정했다. 개정의 핵심은 대외무역의 중심 주체를 국가에서 시장과 기업으로 전환한 데 있었다. 수출입 절차는 대폭 간소화되었고, 교역은 사실상 자유화 단계에 진입했다.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다.
그 결과 중국은 비교적 단기간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제조업 생산 역량을 확대하며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부상했다. 대외무역은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고, 외자 유치는 기술 도입과 산업 고도화를 촉진하는 기반이 되었다. 2004년 개정된 대외무역법은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중국의 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토대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무역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중국의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고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미국과의 갈등은 일시적 마찰을 넘어 구조적 충돌로 전환되었다.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을 둘러싼 경쟁은 관세 분쟁을 넘어 수출 통제와 기술 차단으로 확산되었고, 미·중 갈등은 단기적 충돌이 아닌 장기적인 패권 경쟁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중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대외무역법
이러한 국제 환경 변화 속에서 중국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패권적 행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가 무역을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제재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번 대외무역법 개정은 이러한 중국의 인식이 법제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개정의 특징은 일부 조문을 수정한 수준을 넘어 법의 방향과 역할 자체를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입법 목적에 처음으로 '국가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보호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대외무역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도 함께 명시되었다. 이는 무역을 더 이상 전적으로 시장의 자율에 맡기지 않겠다는 사실상 선언에 가깝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이번 개정의 기본 방향은 개방과 안보를 함께 고려하면서 외부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제 서비스 무역을 별도의 장으로 분리해 규정하고, 국경 간 서비스 무역에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디지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로봇 제어, 클라우드 기반 설계 등 전략적 서비스 분야가 국가 관리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중국이 말하는 '고수준(高水平) 대외개방'은 시장 자율에 기반한 개방이라기보다 법과 규칙에 의해 설계된 선택적 개방에 가깝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대외무역과 관련된 지식재산권 보호가 별도의 장으로 신설되면서 기업 간 분쟁을 국가 간 통상 문제로 격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는 중국 기업의 해외 지식재산권 보호에 국가가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기술 경쟁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의 문제로 규정한 것이다.
이번 법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른바 '반제(反制: 대응 조치)'의 법제화다.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해외 개인이나 조직에 대해 무역 제한·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를 회피하도록 돕는 제3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통관 단계에 그치지 않고 외환과 금융 거래까지 함께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이를 WTO 규범에 부합하는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식으로 제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무역 제재를 예외적 수단이 아닌 상시적 대응 수단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형식적으로 규제 완화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수출입 관리 방식이 승인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규제를 완화했다기보다는 통제 방식이 전환되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규정을 위반할 경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제재가 뒤따른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번 개정은 자유무역 체제 하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선택일 수 있다. 일방적 제재와 압박에 맞서 자신들 역시 법과 규칙에 근거한 대응 수단을 갖추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안보'라는 개념이 지닌 확장성과 자의성은 언제든 자유무역을 제약하는 가변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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