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00년 이후 생산성 2배로 늘려 일본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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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00년 이후 생산성 2배로 늘려 일본 추월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01 09:0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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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숫자로 증명한 대한민국의 극일(克日)

2000년 이후 생산성 2배 늘려 일본을 앞질러

출처=Our World in Data
출처=Our World in Data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그의 저서 '기대 감소의 시대'에서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의 전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짧은 문장은 한 국가의 번영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명확히 꿰뚫는다. 노동자가 동일한 시간 동안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면 생활 수준의 향상은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접어든 동아시아에서 이 명제는 더욱 극적인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 년간 경제적 스승이자 거대한 장벽이었던 일본을 상대로 한국이 거둔 생산성 역전 드라마가 그것이다.

 펜 월드 테이블에서 발표한 최신 지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의 노동 시간당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되는 생산성은 2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때 일본과의 사이에는 넘기 힘든 거대한 격차가 존재했으나 한국은 이를 좁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이웃 나라인 일본을 앞질렀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의 시간당 국내총생산은 54.64달러(약 7만 6,500원)를 기록하며 일본의 56.26달러(약 7만 8,700원)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고,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이러한 도약의 엔진은 기술 혁신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5.21%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이는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며 총액으로는 131조 462억 원(약 936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민간 부문의 투자가 전체의 81.4%인 106조 6,988억 원(약 762억 달러)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인구 100만 명당 특허 출원 건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4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보고서는 한국의 특허 신청이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의 세계 특허 점유율은 지난 10년 사이 12.8%에서 8.4%로 하락하며 대비를 이뤘다.

거인들의 전쟁과 혁신의 속도

이러한 성취 뒤에는 한국 특유의 디지털 민첩성과 기업가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4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6위에 올랐으나 일본은 31위에 그쳤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기업의 민첩성 항목이다. 조사 대상 67개국 중 일본은 최하위인 67위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도장 승인 시스템과 종이 기반의 업무 관행에 머물러 있는 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중심의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생산성 혁신을 독려해왔다.

그는 2025년 명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술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 미래는 기술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기술인재가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의 현장에서는 규제와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일괄 적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최태원 회장은 "법은 좋은 취지를 갖고 만들지만, 항상 취지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 문제도 있다"며 "너무 많은 비대한 규제는 모든 사람의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추락시킨다"고 쓴소리를 냈다.

 특히 반도체 연구개발 부문의 예외 허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정치권의 갈등 속에 난항을 겪자 산업계의 한탄은 커졌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과 "미국과 일본의 인재들은 근로 시간 제한 없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손발이 묶여있다"는 호소가 팽팽히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주 52시간제가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원일치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 결정이 가져올 산업적 파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재판부는 "장시간의 왜곡된 노동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법자의 판단은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성장의 이면, 이중 구조와 인구의 딜레마

한국이 거둔 생산성 승리는 완벽한 것이 아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극심한 양극화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제조업 생산성이 2013년에서 2022년 사이 19% 성장할 때 서비스업은 단 6% 성장에 머물렀다. 대기업 정규직 직원이 일본보다 28% 높은 6만 7,491달러(약 9,450만 원)의 평균 임금을 받을 때,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용의 81%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저부가가치의 늪에 빠져 있는 셈이다.

정부의 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이 1,600개가 넘지만, 이것이 오히려 부실 기업의 퇴출을 막는 '좀비 기업' 양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연간 노동 생산성은 여전히 벨기에나 아이슬란드의 65% 수준"이라며 "생산성 개선 없이 노동 시간만 줄이는 것은 기업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의 시간당 생산성 증가율은 최근 2.5%에서 1.7%로 떨어진 반면, 임금 인상률은 4%에 육박하며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인다.

여기에 인구 절벽이라는 실존적 위협이 더해졌다. 2023년 합계 출산율 0.72명이라는 수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재앙적 수준이다.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664만 명에서 2024년 3,562만 명으로 줄었다. 노동력이 사라지는 시대에 생산성을 유지할 유일한 방법은 자동화와 인공지능뿐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 '인공지능 전환(AX) 스프린트' 사업에 4조 4,300억 원(약 31억 6,000만 달러)의 정책 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결국 폴 크루그먼의 말대로 생산성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것은 위대한 성취지만, 그 기반이 소수의 첨단 제조업 대기업에만 쏠려 있다는 점은 불안한 대목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과거의 성공 모델에 안주하고 디지털 전환과 구조 개혁의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생산성은 즉각적으로 복수한다. 한국이 도달한 이 정점이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일본의 전철을 밟는 내리막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 우리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서비스업의 혁신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혁신은 멈추는 순간 퇴보가 시작되는 끝없는 경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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