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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한국 정부의 확장재정은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미국으로 이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판단입니다. 한국 정부는 연기금과 각종 기금을 포함한 유동자산이 상당히 두터운 수준이기 때문에 최근 확장재정 속도가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韓 확장재정 기조 전환, 국가신용등급 영향 제한적”
이재명 정부가 올해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 편성하며 역대급 확장재정을 예고한 가운데 현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글로벌 레이팅스에서 정부신용등급을 담당 중인 킴엥탄 전무는 지난 11일 서울시 종로구 파이낸스타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을 진단했다.
탄 전무는 “한국의 순정부부채(정부부채-정부유동자산)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 수준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단기간 신용등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연기금과 각종 기금을 포함한 유동자산이 상당히 두텁다”면서 “S&P가 신용등급 판단 시 우려하는 임계치는 30%인데, 그 정도가 되려면 수년간 큰 폭의 재정적자가 이어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의 국가 경제도 당연히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며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태국 역시 정부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데 중국과 태국의 경우 순정부부채 비중이 20%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탄 전무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자연스러운 정책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관세율 인상과 탈(脫) 중국화,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라는 글로벌 통상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국내 기업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한국 수출은 현재 반도체를 제외하면 미국의 관세로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기업들이 생산·투자를 미국 현지로 이전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향후 성장률과 정부 세수가 동시에 압박을 받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적자를 억제하면 지출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긍정적이지만 법인세 세입 증가는 ‘글쎄’”
탄 전무는 향후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정부 법인세 세입 증가에 대해선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현지 투자로 기업 수출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한국 정부의 세입으로만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탄 전무는 “현재로서는 AI 산업이 향후 수년간 성장을 이끌고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변화 중인 글로벌 교역 환경에서는 그 혜택이 과거만큼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향후 생산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인세 수입과 GDP 증가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 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한국 성장률과 세수에 분명한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요소는 이미 한국 신용등급의 긍정적인 측면에 충분히 반영된 사항”이라면서 “AI 수요 증가로 한국 기업의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내 현지 투자도 강하게 유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단기적인 대응력은 갖췄으나, 장기적인 도전과제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무역 환경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국가”라면서 “GDP 상당분을 차지하는 막대한 수출 규모를 감안하면 미국 관세 영향이 비교적 큰 데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로 인해 고금리 지속에 따른 내수 부담도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탄 전무는 아태지역 정부신용등급 평가 담당인 만큼 재정경제부와의 정례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1년에 (재경부 관계자와) 세 번은 만나는 것 같다”면서 “필요하면 네 번에서 여섯 번도 만난다. 또 싱가포르 한국대사관에서도 경제 현황을 자주 전달받기 때문에 소통은 활발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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