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식생 영구 훼손" 더해 "장기 수요 유지 불확실" 지적
지방선거 앞두고 '케이블카 공약' 봇물 우려…영향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울산 울주군 신불산군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사업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동을 걸며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
기후부가 제동을 건 이유 중 하나로 '장기 수요 유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다른 케이블카 사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기후부에 따르면 기후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개발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지난달 30일 울주군에 보냈다.
'재검토'는 과거 '부동의'로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 시행자가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 평가서를 작성한 뒤 당국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국이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부동의 의견을 내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울주군 상북면 등억집단시설지구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2.46㎞의 케이블카를 놓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개발 사업은 지역의 '20여년 숙원 사업'이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센 사업이다.
울산시와 울주군 등 지자체는 케이블카를 놓아 산악 관광을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개발 사업은 산악 관광과 '반구천의 암각화' 등을 활용한 역사·문화 관광을 연계한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데 있어 핵심이라는 것이 울산시의 설명이다.
다만 환경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2018년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불교계도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한다.
자연은 물론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의 수행 환경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는 지난달 "세계유산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격을 추락시키는 행위"라면서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지역이 희귀 습지인 신불산 고산습지와 단조늪(신불산과 영축산 사이 구축된 단조성 내 늪)과 가깝고 사업지 주변에 멸종위기종이 사는 '생태·자연 1등급지'가 존재해 환경 측면에서 보전할 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이용객이 지속해 유입되면서 생태·자연도 1등급지 영향권을 포함한 우수한 식생이 영구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청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뒤쪽 암석돔에 수직 절리가 다수 발달한 데다가 풍화도 진행돼 낙석 또는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콘크리트 등을 주입해 암석 돔을 보강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환경청은 "인공 보강 시 돔 고유 자연성이 훼손되며 정류장 공사 시 굴착과 진동으로 인해 암반 균열이 가속될 수 있다"면서 "정류장 위치 변경 등 안정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고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관 훼손과 관련해 환경청은 "신불산 대표 자연경관인 공룡능선을 가로지르게 노선이 계획됐는데, 능선을 횡단하는 케이블과 능선부에 들어설 상부 정류장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보여 경관 부조화를 일으키고 자연적 미관을 훼손할 것"이라고 봤다.
환경청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케이블카 사업 사례를 분석했을 때 초기 수요 대비 장기 수요 유지는 불확실해 사업 추진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하부 정류장 인근 충분한 여유 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환경청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점도 언급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는 43개인데, 대부분 적자다.
그런데도 케이블카를 짓겠다는 지역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2023년 설악산국립공원에 새 케이블카 설치가 허가되면서 '붐'이라고 할 정도로 케이블카 설치 주장이 많아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케이블카 공약'이 봇물이 터지듯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추진되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만 2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jylee24@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