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의 거점을 공습하며 중동의 지정학적 지도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전을 넘어 석유 자원과 해상 패권을 둘러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간의 전략적 균열을 드러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중동의 에너지 공급 차질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2026년 세계 경제의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부상한 이번 충돌은 자국 국경 안보와 석유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우디의 의지가 군사적 실력 행사로 이어진 결과다.
예멘의 사막 위로 크리스마스의 잔향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25년 12월 26일 새벽, 하드라마우트주의 정적은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의 엔진 소리에 깨졌다.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일격이었다. 사우디 전투기들은 아랍에미리트(UAE)의 강력한 후원을 받는 예멘 내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 산하 하드라미 정예부대의 거점인 가일 빈 야민 지역을 정밀 타격했다. 불과 하루 전 사우디 외무부가 자국 국경과 맞닿은 하드라마우트주에서 병력을 철수하라고 보낸 최후통첩을 STC가 정면으로 거부한 결과였다.
이에 대해 국제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젤버앤어소시에이츠는 즉각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금융·석유시장의 관심이 중동으로 급격히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예멘에 대한 사우디의 공습을 비롯한 새로운 불안정으로 인해 석유 공급 차질 관련 소식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소식이 전해지자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7% 상승한 61.64달러(약 8만 3,200원)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9% 오른 57.84달러(약 7만 8,100원)에 거래되며 시장의 민감도를 입증했다.
석유 생명선을 향한 쟁탈전: 80%의 자원과 지정학적 도박
이번 사태의 핵심인 하드라마우트주는 예멘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광활한 대지이자, 국가 전체 석유 매장량의 80%가 집중된 경제적 생명줄이다. 예멘 최대 석유 기업인 페트로마실라 시설이 위치한 이곳을 장악하는 세력은 예멘의 미래를 결정할 경제적 지배권을 손에 쥐게 된다. STC는 12월 초 '약속된 미래'라는 작전명 아래 하드라마우트와 알-마라주를 전격 점령했다. 이들은 후티 반군의 밀수 통로를 차단하고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남예멘 독립을 위한 경제적 자립 기반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전략이었다. 이에 대해 라샤드 알-알리미 예멘 대통령리더십위원회(PLC) 의장은 긴급 회의를 열고 STC의 행동이 민간인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합의된 안보 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 말리키 준장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 앞으로 어떤 군사행동에 대해서도 즉각 무력 진압에 나설 것이라며 사우디의 무력 사용이 일회성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사우디와 UAE의 관계는 이제 프레너미(Frenemy), 즉 친구이자 적이라는 모순된 정의로도 설명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2015년 후티 반군에 맞서 결성된 연합군은 이제 내부에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의 영토 통합성을 유지하며 리야드에 우호적인 안정된 정부를 세우려 하지만, UAE는 아덴항과 소코트라 군도 등 전략적 해상 요충지를 장악해 해상 물류 패권을 공고히 하려 한다. 가디언지는 UAE가 STC에 대한 비공개 지원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사우디와 UAE가 중대한 정면충돌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 국방장관 칼리드 빈 살만 왕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STC는 이성을 되찾고 사우디와 에미리트의 중재 노력에 응답할 때라며, 하드라마우트와 알-마라의 캠프를 국가방패군(National Shield Forces)에 평화적으로 인도하라"고 촉구했다. 국가방패군은 사우디가 STC를 견제하기 위해 직접 창설하고 훈련시킨 2만 명 규모의 별도 부대로, 현재 사우디 접경지에서 진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포화 속의 금융시장: 지정학적 프리미엄의 귀환
금융시장은 이번 공습을 단순히 예멘 내전의 한 장면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의 10%가 통과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이미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항로가 마비된 상황에서, 반후티 동맹 내부의 균열은 물류 리스크를 한층 더 심화시킨다. 해상 보험 업계에 따르면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의 전쟁위험 보험료는 선가(船價)의 0.2%에서 최고 1.0%까지 치솟았다. 이는 1억 달러(약 1,350억 원) 가치의 표준 화물선이 한 번 항해할 때마다 100만 달러(약 13억 5,000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선박 보호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이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유엔 예멘 특사 한스 그룬드버그는 모든 당사국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며 이번 사태가 예멘의 정치적 해법을 위한 공간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역시 예멘 남동부의 사건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파트너인 사우디와 UAE의 외교적 리더십을 강조했으나, 실질적인 중재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브렌트유 가격이 평균 55.08달러(약 7만 4,40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며 공급 과잉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지정학적 변수를 제외한 산술적 계산에 불과하다. 젤버앤어소시에이츠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강화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60달러(약 8만 1,000원) 선을 하단 지지선으로 삼게 될 것이며, 상황이 악화되면 80달러(약 10만 8,000원)를 돌파하는 불 케이스(상승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STC 외교 대표 암르 알 비드는 사우디의 공습이 우리 대원들이 매복 공격을 받아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이루어졌다며, 이러한 타격은 대화를 촉진하기는커녕 남부 인민들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의지만을 굳건히 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에 따르면 리야드는 이미 추가 공습 대상을 선별하고 있으며, STC가 철수하지 않을 경우 지상군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1990년 통일된 예멘은 이제 북부의 후티, 남서부의 정부군, 남동부의 STC라는 세 조각으로 완전히 찢어질 위기에 처했다. 국제 사회는 사우디와 UAE가 이끄는 두 산유 강국이 예멘이라는 대리 전장에서 벌이는 자원 전쟁이 결국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의 불법성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민간 기반 시설인 유전 지대 인근에서 벌어지는 군사 행동이 초래할 인도적 재앙을 경고한다. 2026년 원유 시장의 진정한 적은 공급 과잉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권력자들의 자존심과 그들이 쏘아 올린 미사일일지도 모른다. 사우디의 이번 공습은 예멘의 평화가 아닌, 더 거대한 에너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투자자들은 이제 하드라마우트의 사막 모래바람 속에 숨겨진 원유의 향방을 주시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비싼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 사우디와 STC, 그리고 그 뒤의 UAE가 벌이는 고차 방정식의 결과가 글로벌 경제의 명운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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