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12월 4일,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치네치타(Cinecittà)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우리에겐 영화 〈시네마 천국〉으로 친숙한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의 신작 다큐멘터리 영화 〈Brunello: The Gracious Visionary〉가 이곳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일과 철학의 세계를 하나로 결합한 인본주의 기업가로 알려진 브루넬로 쿠치넬리다. 그의 삶과 신념 그리고 그가 추구해온 인간 중심의 경영 철학과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깊이 있게 다뤄졌으며,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작품의 높은 완성도는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았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으며, 쿠치넬리 삶의 토대가 되었던 장소와 결정적인 순간들을 담았다. 농가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부터 훗날 ‘인문학적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재탄생한 솔로메오 마을까지 다양한 시공간이 인터뷰, 아카이브 영상, 기억의 묘사 등으로 표현되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니콜라 피오바니(Nicola Piovani) 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 것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월드 프리미어의 장소로 로마 치네치타를 선택한 데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로마를 ‘이탈리아 사유와 미학이 태동한 도시’로 언급하며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로마는 그의 세계관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고 있음을 이야기해왔다. 1937년 설립 이후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치네치타 스튜디오는 이러한 로마의 상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었다. 시사회 이후 이어진 리셉션은 치네치타 스튜디오가 보유한 고대 로마 세트장에서 열렸다. 공화정 시대의 포럼(forum)을 재현한 이 공간은 쿠치넬리가 영화 전반에서 강조한 ‘과거에 대한 존중과 미래를 위한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곳이었다.
이번 월드 프리미어에는 배우 진영과 신세경이 참석해 큰 인기를 끌었다.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브루넬로 쿠치넬리, 음악감독 니콜라 피오바니, 주연 배우 사울 난니.
프리미어 다음 날 로마 오페라 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 영화가 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 영화는 나에 대한 기록이기보다 인간이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반복해서 언급한 키워드는 존엄과 조화였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대신 노동자의 삶과 지역 공동체,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경영 철학.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중심에 두었다. 토르나토레 감독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영상과 재연 장면이 교차하는 구조를 통해 쿠치넬리의 철학이 단순한 언어가 아닌 삶의 태도 그 자체로 전달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도 극영화도 그렇다고 광고도 아니다. 그러나 이 세 장르가 서로 얽혀 하나의 직조물처럼 완성되었다. 쿠치넬리의 겸허하면서도 빛나는 삶을 서로 다른 서사적 형식을 교차해 담아내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작품을 소개한 토르나토레 감독의 의도는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Brunello: the Gracious Visionary〉는 단순히 패션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설명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한 기업가가 그의 삶 전반에서 인간과 노동,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확립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빠른 속도와 효율성, 변화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현재에 그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다큐멘터리에 담긴 이야기는 결국 끈기와 열정의 서사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모든 젊은이에게 바칩니다. 그들이 언제나 자신의 ‘아름다운 꿈’을 두려움 없이 가꾸어 나가길 바랍니다. 꿈에서부터 인간의 진정한 정신적 성장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라는 쿠치넬리의 소회에서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2025년 12월 9일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개봉되었고, 2026년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물론 서울도 주요 도시 중 하나로 계획하고 있다고.
이번 작품의 메인 포스터.
월드 프리미어에는 많은 월드 스타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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