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 되면 마트나 과일가게에서 귤을 박스째 들여놓는 집이 많아진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 큼직한 귤 상자를 선물 받는 경우도 흔하다. 처음 며칠은 문제없지만, 어느 순간 상자 한쪽에서 곰팡이가 보이기 시작하면 남은 귤까지 함께 상할까 서둘러 손이 간다. 끝까지 버리지 않고 먹고 싶다면, 귤을 보관하는 첫 단계부터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귤을 오래 보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상자를 받자마자 뒤집는 것'이다. 감귤 유통 현장에서는 이 방식이 기본에 가깝다. 운송 과정에서 상자 맨 아래에 놓인 귤은 위에서 눌리는 무게를 그대로 받는다. 이 압력은 껍질 미세 손상으로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부패와 곰팡이의 출발점이 된다. 상자를 거꾸로 두면 하중이 분산돼 눌림이 완화되고, 상하는 속도도 늦어진다.
뒤집은 상태에서 상자를 여는 것도 중요하다. 바닥에 깔려 있던 귤을 먼저 확인하면 이미 눌렸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개체를 초기에 골라낼 수 있다. 이 과정만으로도 상자 전체로 곰팡이가 번질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 한두 알을 놓치면 멀쩡하던 귤까지 함께 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품이 끝났다면 상자를 계속 열어두는 것은 피하는 편이 낫다. 감귤은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 당도와 식감이 함께 떨어진다. 상자 뚜껑을 덮어 공기 노출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귤 사이사이에 신문지를 깔아 습기를 흡수하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신문지는 수분을 머금었다가도 빠르게 마르기 때문에 내부 환경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
보관 장소도 영향을 준다. 난방이 되는 거실이나 주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감귤은 10도 안팎의 서늘한 환경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베란다나 현관 인근처럼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공간이 적합하다. 봉지째 구매한 귤을 냉장 보관할 경우에도 그대로 넣기보다는 신문지로 감싸 채소 칸에 두는 편이 낫다. 냉장고 안의 건조한 공기가 껍질을 빠르게 마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대표 과일 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자료사진.
품종에 따라 관리 난이도도 다르다. 껍질이 얇은 노지감귤은 온도 변화와 습도에 민감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반면 만감류처럼 껍질이 두꺼운 귤은 상대적으로 보관성이 좋다. 같은 상자라도 작은 귤, 껍질이 유난히 얇은 귤부터 먼저 먹는 순서가 합리적이다.
아무리 신경 써도 곰팡이는 예고 없이 나타날 수 있다. 곰팡이가 핀 귤은 발견 즉시 제거해야 한다. 상자 바닥이나 벽면까지 번졌다면 상자 자체를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변 귤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곰팡이 포자가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흐르는 물에 씻어 바로 먹거나, 70~80% 농도의 주방용 알코올을 천에 묻혀 껍질을 닦은 뒤 우선 소비하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이처럼 상자를 뒤집는 작은 습관과 보관 환경만 관리해도 귤 상자의 운명은 크게 달라진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곰팡이 걱정은 줄고, 마지막 한 알까지 당도와 식감을 유지한 채 즐길 수 있다. 제주 감귤은 사 오는 순간이 아니라, 보관하는 방식에서 완성되는 계절 과일이다.
'상한 귤 빨리빨리 골라내기!'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자료사진.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