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 전후 증원 필요"…91% "소송사건 난도·복잡성 상승"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재판의 난도와 복잡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직 법관 10명 중 9명은 법관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증원 규모는 600명 수준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 9월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재판 실무현황 및 법관 근무 여건에 관한 실증적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설문은 법원 내부망(코트넷)을 활용해 2024년 10월 31일∼11월 8일 진행됐다. 각급 법원에 재직 중인 법관 총 3천206명 중 940명이 응답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참여한 법관들의 절대다수인 90.0%가 "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해당 질문은 대법관을 비롯해 각급 법원 판사 및 재판연구관 등을 구분하지 않았다.
적정 증원 규모와 관련해선 현직 법관들에게 증원 규모를 직접 질문한 경우 약 600명 전후의 증원이 적합하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연구 결과 부족한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증원 규모를 추산한 경우 약 1천명까지 증원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고서는 "법관들이 응답한 600명 증원 규모는 현실적 제약을 의식해 신중하게 답변한 필요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해석했다.
재판부에서 판사를 보좌하는 재판연구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4.1%에 달했다.
다만, 법관과 재판연구원 증원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증원 우선순위를 질문한 결과, 현직법관 대부분(약 76.3%)이 법관 증원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91.1%는 "재판이 예전과 비교할 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체감하는 소송사건의 난이도와 복잡성이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간적 부담을 유발하는 업무 영역으로는 '사건기록 검토'를 꼽은 응답이 87%를 차지했다.
설문 결과 대다수 법관이 높은 업무 강도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과반수(52.6%)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으며, 주 60시간 이상 근무 비율도 21.0%에 달했다. 주 3회 이상 야근하는 법관 비율은 약 56%였고, 주 4회(16.5%), 주 5회(11.9%) 야근 비율도 적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법관 재직 기간이 늘어나도 업무 강도가 줄어들지 않고 가중된다는 점이라고 보고서는 꼽았다.
또 장시간 높은 업무강도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80%는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 대비 가용 업무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응답자의 52.2%는 업무로 인한 정신적 고갈과 번아웃(탈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한편 "법관으로서 직업적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은 68.0%로 2020년 조사 결과(85.4%) 대비 17.4%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특히 '매우 만족'한다는 비율이 약 44%가량 급감했다는 점을 짚으며 "법관 사회에서 법관직에 대한 자긍심 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만족의 주된 요인으로는 '불충분한 보수 수준', '근무의 고된 강도', '가정(개인)생활의 희생'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법관 근무여건 개선과 업무 효율화를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문서요약, 증거자료 자동 정렬, 유사 판례 추천 등 문서 자동분석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 밖에 사건 관리 방식을 체계화하고, 직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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