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들면 하천과 저수지 풍경도 달라진다. 풀빛이 사라지고 물가에는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는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수면은 한층 잔잔해진다. 여름철엔 눈에 잘 띄지 않던 흔적들이 겨울에는 또렷하게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물가에 붙은 껍질이나 빈 껍데기가 시선을 붙잡는다. 얼어붙은 가장자리 근처에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가까이 다가가면 일반 달팽이와는 전혀 다른 인상이다. 손바닥에 꽉 찰 만큼 크고, 무게감도 느껴진다. 표면은 단단하고 두껍다. 겨울 햇빛 아래에서 갈색 껍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 보는 사람은 무엇인지 몰라 한참을 바라본다. 하천에 이런 생물이 있었나 하는 반응도 나온다.
논에서만 볼 수 있는 생물이라고 여겼던 인식과 다르게 이제는 하천, 저수지, 농업용 수로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농촌뿐 아니라 도심 하천에서도 흔적이 이어진다. 겨울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태 관리 대상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돈을 주고 키운다는 이야기까지 따라온다.
민물에 적응한 대형 우렁이
왕우렁이는 중복족목 논우렁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남미가 원산지로 크기부터 일반적인 우렁이와 다르다. 성체는 손바닥을 훌쩍 넘고 껍질은 단단하다. 색은 갈색, 암갈색, 흑색 계열이 많다. 민물 환경에서 산다. 강, 호수, 연못, 논을 가리지 않는다.
먹이는 민물 플랑크톤, 물풀, 논에 자라는 피 같은 수생식물, 짚신벌레 같은 작은 생물을 먹는다. 이끼가 많은 하천에서는 다슬기와 함께 발견되기도 한다. 오래 자란 개체는 껍질에 이끼를 붙인 채 움직인다. 활동 시간에는 입을 반복적으로 오므렸다 벌린다. 입 모양은 작지만 좌우로 벌어지며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이 생물은 물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물의 표면 장력을 이용해 수면 위를 기어 다니는 모습도 관찰된다. 물 밖으로 나와 이동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서식 범위가 빠르게 넓어진다.
하천에서 문제가 되는 배경
왕우렁이는 논 잡초를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국내에 농업 목적으로 들어왔다. 초기에는 논 안에서 관리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 논 밖으로 퍼지고 수로를 따라 하천과 저수지로 이동했다.
번식력도 빨라 물 밖 구조물, 돌, 수로 벽면에 분홍빛 알을 대량으로 붙인다. 알의 개수가 많고 부화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다.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 이 과정에서 수생식물이 줄어드는 지역도 나타났다. 어린 물고기가 숨을 공간이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생 개체는 기생충의 중간 숙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관리 대상 생물로 언급된다. 농촌 지역뿐 아니라 도시 하천에서도 발견된다. 느릿해 보이지만 환경 적응력은 강하다.
해외에서 사육되는 이유
국에서는 왕우렁이를 식용이나 관상 목적으로 돈을 주고 사육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백질 식재료로 취급돼 시장에서 가격이 붙는다. 크기가 크고 살이 많은 점이 이유다. 동남아와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왕우렁이를 식재료로 인식해 유통망이 형성돼 있다. 자연 채집이 아니라 가정이나 소규모 양식장에서 키운 개체를 판매하는 구조다. 일정 크기까지 키운 뒤 출하하는 방식도 흔하다.
수족관 시장에서도 왕우렁이는 분명한 구매 대상이다. 바닥에 쌓인 사료 찌꺼기와 유기물을 먹는 습성 때문에 청소 생물로 쓰인다. 물고기가 먹다 남긴 사료를 처리하면서 수조 바닥이 쉽게 더러워지는 현상을 줄인다. 움직임이 빠르지 않아 관찰이 쉽고, 공격성이 낮아 다른 수조 생물과 함께 두기 편하다는 점도 선택 이유로 꼽힌다. 이런 특성 때문에 초보 수조 관리자에게 권장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관상용으로 들일 경우 관리 소홀은 바로 문제로 이어진다. 왕우렁이는 수초도 먹는 성향이 강하다. 수초 중심으로 꾸민 수조에서는 식물 손상이 빠르게 나타난다. 토종 우렁이와 구분하지 못하고 구매했다가 며칠 만에 수초가 사라졌다는 사례도 이어진다. 해외에서는 관리된 공간 안에서 돈을 주고 키우는 생물이지만, 한국 자연 환경에서는 하천과 논을 오가며 관리가 필요한 존재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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