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기까지, 정밀한 터치 인식은 기기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기존 촉각 센서는 복잡한 회로 구성과 별도의 외부 전원이 필수적이라 기기 경량화와 대면적화에 늘 발목을 잡혀왔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공정의 한계를 단 한 번의 코팅으로 해결하며, 에너지 효율까지 잡은 혁신적인 센서 기술을 선보였다.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최동휘 교수 연구팀은 전남대학교 기계공학부 라윤상 교수팀과 손잡고 외부 전원 연결 없이도 터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가발전 촉각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및 지속가능성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SusMat(IF=21.3)' 12월호에 게재되며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연구팀이 주목한 기술적 포인트는 의외로 단순함에 있다. 일반적으로 센서를 제작할 때는 여러 층의 소자를 쌓거나 복잡한 배선을 배치하지만, 최 교수팀은 고무와 같은 유연한 고분자 소재에 탄소 입자를 섞어 한 번에 코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탄소 입자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현상을 역이용했다. 필름의 위쪽은 탄소 농도가 낮고, 아래쪽은 농도가 높은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일 필름은 사람이 누르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전기적 신호를 발생시킨다. 연구팀은 거리 차이에 따른 전압 비율을 분석해 터치 지점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의 정밀도는 인공지능이 완성했다. 연구팀은 수집된 신호에 딥러닝 기반 모델을 적용해 실험한 결과, 98% 이상의 높은 위치 인식 정확도를 구현했다. 자가발전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원 연결형 센서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준 셈이다.
이 기술은 확장성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기존 방식처럼 센서를 바둑판 모양으로 촘촘히 배열할 필요가 없어 제작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센서 전체가 하나의 연속적인 감지 영역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터치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는 ‘죽은 공간(Dead Space)’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동휘 교수는 "이번 기술은 공정 단순화와 유연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며 "기존 센서와 달리 구부리거나 늘려도 성능이 유지되어 웨어러블 인터페이스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외피 등 실제 산업 현장에 즉각 투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연구 의의를 전했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고가의 센서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량 생산 시 탄소 입자의 침강 정도를 일정하게 제어하는 공정 관리와 장기간 반복적인 물리적 압력에도 농도 편차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전력 공급이 어려운 극한 환경이나 배터리 수명이 치명적인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서 이번 자가발전 센서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인력양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우물파기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팀은 향후 기술 상용화를 위한 추가적인 최적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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