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봉사단으로 참여해 르완다에서 자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이서영 씨. ⓒ이서영
1994년 여름, 인구 750만의 작은 나라 르완다에서 이웃과 가족을 서로 죽이는 처참한 인종학살이 벌어졌다. 100여일간 최대 100만명이 사망했다. 투치족의 ‘씨를 말리는’ 것이 목표였던 이 학살은 어린 아이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도 키갈리의 제노사이드 박물관에서 작은 아이들의 시신과 그 옆 맑은 눈망울을 한 생전 사진을 마주하고, 나는 속수무책으로 울어버렸다.
르완다 집단학살로부터 31년이 지난 2025년, 당시 아이들은 이제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되었다. 초록우산과 함께 찾은 저스틴(9세) 가정도 그 중 하나다. 저스틴은 수도시설조차 없는 집에서 홀어머니, 동생 데이비드(5세), 로지(1세)와 살고 있다. 저스틴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1시간 거리를 걸어 물을 길어 온 뒤 학교에 가고, 하교 후에도 같은 거리를 걸어 물을 채워놓는 일의 반복이다.
우리는 가족의 짐을 덜어주고자 5L짜리 노란 물통 하나를 구입했다. 물을 뜨러 가는 자갈길은 아주 가팔랐고,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들 말수가 확연히 줄었다. 40세의 건장한 남성도 드러누웠을 정도다. 하지만 이 길은 아홉살 저스틴이 매일 오가는 길이다. 그 옆으로는 생후 2개월 된 신생아를 업고 5L 물통까지 든 산모도 걸어갔다. 르완다에는 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이 전체의 80%가 넘는다. 생존을 위한 노란 물통 나르기가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물 부족은 르완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영양실조, 열악한 교육인프라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르완다 아이들 35% 정도가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필자가 방문한 북부도시는 무려 48%에 달한다고 한다. 또, 르완다 아이들의 중학교 진학률은 48%, 고등학교 진학률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영유아센터에 다니는 아이는 고작 17%에 불과하다. 초록우산이 르완다 영유아센터 건립에 나선 이유다.
르완다의 아이들을 위해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는 이서영 씨. ⓒ이서영
초록우산의 르완다 영유아센터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영양소가 풍부한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나아가 가정어린이집 교사나 어머니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마을 주민들의 모임 장소로도 쓰인다. 아이들을 위한 장소였던 영유아센터가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르완다는 ‘잘 될 것 같은 나라’다. 1994년 제노사이드 이후, 이들은 학살에 참여한 이들을 단죄하되 그들을 빠르게 용서하고 끌어안았다. 같은 ‘르완다인’으로서 힘을 모아 나라를 재건했고,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처럼 주민들이 초록색 모자와 조끼를 입고 한 데 모여 마을 개선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지금까지 7~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오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라는 목표 아래 아프리카의 거점 국가가 되고자 오늘도 온 국민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전쟁 직후 공동체 정신과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우리나라처럼, 르완다 국민들 역시 지난 내전의 아픔을 딛고 이제는 서로가 하나임을 깨닫고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나라를 일구어 가고 있다. 우리가 르완다 아이들이 어깨에 짊어진 ‘노란 물통’을 조금만 나눠 들어준다면, 르완다 꿈나무들은 건강하게 성장해 우리가 그러했듯 더 큰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동참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영유아센터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기부하고, 때론 필자가 했던 것처럼 초록우산 봉사단을 통해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 여러분도 밝고 꿈 많은 르완다 아이들에게 응원을 전하며 보람과 감동을 느껴보면 어떨까.
초록우산 후원자 이서영 씨는 "우리가 르완다 아이들이 어깨에 짊어진 ‘노란 물통’을 조금만 나눠 들어준다면, 르완다 꿈나무들은 건강하게 성장해 우리가 그러했듯 더 큰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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