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패션 소비에서 배송 속도가 구매 결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동일한 상품이라도 도착 시점에 따라 선택이 갈리면서 당일·새벽 배송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31일 지그재그에 따르면 올해 당일 배송 및 새벽 배송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빠른 배송 서비스인 ‘직진배송’의 올해 누적 거래액도 전년 대비 약 30%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배송 속도가 거래 성과로 직결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주요 패션 플랫폼들 역시 배송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와 일부 입점사 상품을 대상으로 당일 발송·무료 배송 서비스인 ‘무배당발’을 운영하고 있으며, 편집숍 자회사인 29CM도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다. W컨셉 역시 지난 10월 결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속도 경쟁에 가세했다. 주문 마감 시간을 늦추거나 배송 권역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빠른 배송 경쟁은 단순한 서비스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재고 선배치, 물류 거점 확보, 출고 프로세스 고도화 등 상당한 비용과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자본력과 물류 역량을 갖춘 플랫폼과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배송 대응 능력이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무신사 로지스틱스는 물류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자동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 정비에 나섰다. 빠른 배송을 안정적으로 운영·확대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주요 플랫폼들의 공통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에서는 빠른 배송이 점차 표준으로 자리 잡을수록 운영 효율과 물류 설계 역량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배송 경쟁이 심화될 경우 관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곳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배송 경쟁이 사실상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배송 경쟁이 심화될수록 디자인과 기획 측면의 차별화가 약화되고, 표준화된 상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빠른 회전과 재고 효율을 우선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소수의 대형 플랫폼과 브랜드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플랫폼들이 배송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를 갖추지 않으면 사실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며 “반응이 빠른 인기 상품의 경우 물량을 선제적으로 늘리고 출고 체계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른 배송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경쟁이 당분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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