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현장에서 기술 인력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바이오·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기술 인력이 꾸준히 늘어나는 한편, 일부 전통 산업과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산업별로 희비가 더 뚜렷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산업기술 인력 수급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산업기술 인력은 약 173만 5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로, 전체적으로는 완만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기술 인력이란, 고졸 이상 학력을 갖추고 기업에서 연구개발, 생산·기술, 정보통신, 임원 등 기술 기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 인력의 증감 여부는 앞으로의 산업 구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반도체 분야다. 지난해 반도체 관련 기술 인력은 11만 8천 명을 넘어섰으며, 전년 대비 4.3% 증가해 12대 주력 산업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첨단 공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설계와 공정, 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오·헬스 분야도 4.0% 늘며 성장세가 이어졌다. 의약품,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 관련 산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연구개발 인력은 물론 생산과 품질 관리 인력까지 필요한 인원이 함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IT 비즈니스와 소프트웨어 분야도 각각 2.1%, 1.0% 늘어, 5년 연속 인력 증가 흐름이 이어지는 중이다.
전통 제조업 중에서는 조선 산업의 변화가 눈에 띈다. 조선 분야 기술 인력은 전년 대비 1.2% 증가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수년간 수주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로 8년 연속 감소세였던 흐름이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글로벌 선박 발주 증가와 친환경 선박 수요가 인력 회복을 이끌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자동차, 기계, 전자, 철강 등 다른 주력 산업에서도 기술 인력이 소폭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 자율주행으로의 전환이 진행되며 소프트웨어와 전장 분야 인력이 강화됐고, 기계·전자 업종도 스마트 공장과 자동화 수요가 인력 확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같은 분위기를 보인 것은 아니다. 섬유 산업의 기술 인력은 5년 연속 줄었고, 디스플레이와 화학 분야 인력도 전년보다 조금 감소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투자 축소가 인력 감소로 이어진 결과다.
전체 산업기술 인력 수요대비 부족 인원은 약 3만 9천 명으로 나타났다. 부족률은 2.2%로 최근 5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12대 주력 산업만 놓고 보면 부족률이 2.6%로 전체보다 더 높았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숙련 인력 확보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산업기술 인력 비중은 2022년에 50%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50.3%까지 올라섰다. 전체 산업기술 인력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 산업의 기반 약화와 인력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국 12만여 개 기업 가운데 2만여 곳에서 표본을 추출해 진행됐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별 맞춤형 인력 양성 정책과 지역 균형 인재 육성 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나 바이오처럼 성장하는 산업에서는 인력 확보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과, 수도권 집중을 분산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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